[더팩트|이한림 기자]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가 부동산 개발사 SK디앤디 유상증자 참여로 공동 지배주주가 된 지 9년 만에 독자 경영에 돌입한다. 함께 경영을 이어온 SK디스커버리로부터 지분 전량을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한 후 상장폐지에 돌입해 장기적인 비전에서 기업의 잠재 성장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 한앤코, 29일까지 SK디앤디 잔여 지분 공개매수 추진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디스커버리는 지난 1일 SK디앤디 지분 582만1751주를 한앤코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매각 지분율은 31.27%이며, 주당 처분가는 1만2750원으로 매각 규모는 총 742억원에 달한다.
지난 2018년 SK디앤디에 2800억원가량을 투자하면서 SK디스커버리와 같은 31.27% 지분으로 공동 경영을 이행하던 한앤코는 이번 거래를 통해 경영권을 완전 인수하고 최대주주에 오른다.
동시에 한앤코는 오는 29일까지 잔여 지분(37.4%) 전량을 인수가와 동일한 1만2750원에 공개매수로 취득해 자진 상장폐지 요건을 채운다는 계획이다. 소액주주에도 동일한 프리미엄을 제공해 공개매수의 정당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한앤코의 SK디앤디 완전 인수와 곧바로 이어진 공개매수를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SK디앤디 주가도 9월까지 1만1000원대에 불과했다가 1일 장중 52주 신고가이자 공개매수가에 근접한 1만2740원까지 오르기도 해서다.
기업 가치 제고 측면에서도 반기는 분위기다. 한앤코가 그간 SK디스커버리와 공동으로 SK디앤디를 경영했기 때문에 기업 내부 사정이나 부동산 개발업에 대한 이해도와 전문성이 높고, 상장폐지 이후 비상장회사로 전환하기 때문에 SK디앤디 경영권이 SK그룹 계열사에서 한앤코로 넘어가는 것이 오히려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해석에서다.
사모펀드업계도 한앤코의 SK디앤디 딜을 주목하고 있다. SK디앤디가 올해 부동산 업황 악화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급감했으나 영업이익은 오히려 회복세를 보이는 등 효율적인 경영을 이어가고 있어 한앤코 포트폴리오에서도 알짜 보유사 역할을 해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울러 SK그룹 계열사를 연이어 인수한 한앤코가 이번 SK디앤디 인수와 상장폐지 등을 통해 사업구조를 단순화하고, 독자 경영으로 의사결정 속도를 높인다면 시장에서도 재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이어지고 있다.
◆ JC파트너스, 황조 300억 리캡 완료 430억 회수
사모펀드 운용사 JC파트너스가 조산화아연(HZO) 제조사 황조의 자본재조정(리캡)을 완료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JC파트너스는 최근 국내 금융기관들로부터 300억원가량을 차입해 펀드 투자자들에게 배당하는 형태로 황조 리캡을 마무리했다.
JC파트너스의 이번 리캡은 자사의 효율적인 자본 구조 확립과 투자 수익률 제고 등 차원에서 진행됐다. 황조는 2021년 금융 부채에 시달리던 당시 JC파트너스가 인수금융이 없는 형태로 100% 지분을 인수한 보유사로, JC파트너스로 주인이 바뀐 후 재무상태를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황조는 2020년 매출액 242억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 45억원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매출 349억원, EBITDA 100억원대까지 성장했다. 발목을 잡던 부채도 지난해 기준 56%에 불과하다.
투자자들의 원금 회수도 순조롭다. JC파트너스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6월 두 차례에 걸쳐 황조의 배당을 집행해 투자자들의 원금을 일부 회수하기도 했다. 이번 리캡까지 더하면 인수 당시 투자 원금인 320억원을 넘어 약 100억원가량의 수익도 낸 셈이다.
JC파트너스는 이번 자본재조정 이후에도 성공적인 엑시트를 위해 기업 가치 제고에 전념하겠다는 계획이다.
◆ 펀드 판매잔고 사상 첫 1000조 돌파…70%는 사모펀드
전체 펀드 판매잔고가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사모펀드 비중이 7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9일 금융투자협회는 올해 8월 말 기준 증권사·은행 등 금융회사 영업점이나 지점,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판매된 펀드(상장지수·부동산·특별자산펀드 제외) 규모가 1002조989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872조8000억원) 대비 14.9% 늘어난 결과다.
사모펀드 시장의 성장이 펀드 잔고 1000조 시대를 견인했다. 사모펀드 펀매잔고는 지난해(639조8000억원)보다 9.5% 오른 700조5000억원으로 조사됐다. 공모펀드도 같은 기간 29.8% 늘었으나 총 302조5000억원에 그쳤다.
사모펀드 판매잔고 비중이 가장 높은 펀드 유형은 부동산펀드였다. 사모펀드 부동산펀드는 전년 동기 대비 26.4% 늘어난 185조8000억원을 기록했으며, 특별자산펀드(148조2000억원, 21.2%↑)와 채권형펀드(12조1000억원, 1.2%↑)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사모펀드 계좌 수는 9만개로 전체 펀드 계좌 수의 0.2%에 불과했다. 나머지 99.8%는 3593만개를 보유한 공모펀드다.
이환태 금투협 산업시장본부장은 "펀드는 국민의 자산관리와 재산 증식을 위해 활용되는 가장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투자수단"이라며 "생산적 금융으로 대전환하는 흐름 속 펀드 시장의 성장은 우리 경제의 재도약에 많은 기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