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정부와 금융권이 오늘(1일) 장기연체채권 정리를 위한 '배드뱅크'를 가동한다. 금융당국은 상환 능력을 사실상 상실한 취약계층에 우리 사회가 재기를 돕고, 이들이 경제활동에 복귀하면 사회가 선순환으로 가는 구조를 기대한다. 그러나 평균 5%대로 거론되는 매입가율, 8000억원 재원 분담, 대상 선별의 형평성 등 '삼중고' 속 배드뱅크가 실효성을 발휘할지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배드뱅크를 주도하고 있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지난달 19일 이사회를 열어 '장기연체채권 정리기금 신용회복지원 협약' 체결안을 의결했다. 이날 새도약기금(배드뱅크의 공식 명칭) 출범식과 함께 업권 협약 서명이 이뤄진다.
새도약기금은 취약계층과 소상공인 빛 탕감을 위한 이재명 정부의 배드뱅크의 명칭으로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원 이하의 무담보 빛을 진 금융 취약층과 개인 자영업자의 대출이 탕감된다.
계획 기준 수혜자는 113만4000명, 채무조정 대상 연체채권 16조4000억원이며, 소요 재원은 8000억원(정부·민간 1:1 분담)이다. 상환능력이 사실상 없는 경우 전액 소각(100% 면제), 제한적으로 상환 가능한 경우 원금 최대 80% 감면+10년 분할이 적용된다. 기존 신용회복위원회(최대 70%, 8년)보다 강한 조정안이다. 채무자가 직접 신청하지 않아도 배드뱅크가 금융사로부터 채권을 인수한 뒤 채무자에게 직접 연락해 조정을 진행하게 된다.
우선 쟁점은 매입가율(가격)이다. 정부 추산에는 평균 5% 내외가 전제돼 있고, 시장에선 실제 체감가가 더 낮은 채권군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대부업·NPL 업계는 "일률적 5% 안(혹은 그 이하)이면 회사별 손실이 커진다"며 시장가격 왜곡과 의사결정 배제를 문제 삼고 있다.
업권별 분담도 문제로 꼽혔다. 총 8000억원 재원 중 정부 4000억을 제외한 민간 4000억원을 누가 얼마나 낼지 막판까지 신경전이 이어졌다. 은행권이 상대적으로 더 부담하는 방식으로 합의를 도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수혜대상 선별의 형평성과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정부안은 7년+5000만원 이하라는 객관 기준 위에, 중위소득 60%·처분가능재산 없음 등 행정데이터 기반 소득·재산 심사로 면제(100%) 또는 감면(최대 80%)을 가른다.
이에 성실상환자 박탈감, 재연체(리디폴트) 방지장치, 부정수급 적발·환수 프로토콜이 미흡하면 형평성 논란이 증폭될 수 있다. 심사·배제·환매 요건과 사후 모니터링을 어느 수준으로 공개하느냐가 신뢰의 분수령이다.
제도간 사각지대 우려도 남는다. 기준일을 2018년 6월 이전 연체로 정하면서 배드뱅크와 새출발기금(2020년 4월 이후 연체) 사이의 공백이 발생하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새출발기금을 통해 성실히 빚을 갚아온 사람은 '조정 이력'이 신용기록에 수년간 남고 배드뱅크 대상자는 연체 기록이 더 짧게 남거나 아예 삭제될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정치·정책 일정과의 맞물림도 변수다. 금융당국 조직개편 철회 이후 '소비자보호·포용금융' 드라이브가 가속화되는 국면에서 배드뱅크는 상징 프로젝트로 주목받는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취임 후 첫 은행장 간담회를 갖고 은행장들에게 "장기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에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은행장 간담회 후 기자들과의 백브리핑에선 "코로나를 겪으며 부채는 늘고, 금리는 오르고, 장사는 안 되는데 경쟁은 또 너무 치열한 상황이 이어졌다"며 "상환 능력을 사실상 상실한 이들에게 우리 사회가 한 번 재기를 돕고, 이들이 경제활동에 복귀하면 사회가 선순환으로 가는 과정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언급했다.
다만 금융권에선 성실 상환자와 채무 탕감 대상자 간 형평성 논란, 제도 사각지대, 금융권 출연 부담 등 여러 우려 속 배드뱅크가 실효성을 발휘할지 지켜봐야한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면제·감면보다 중요한 건 사후 12~24개월의 관리"라며 "소득변동에 따라 상환계획을 자동 조정하는 장치가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