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정산 기자] 우리카드의 시장점유율(MS)이 축소되는 가운데, 진성원 대표 취임 후 첫 프리미엄 카드를 공개했다. 카드업계가 여행과 프리미엄 시장을 돌파구로 삼는 만큼, 이번 신상품으로 반등을 노리는 모습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카드는 지난달 30일 '디오퍼스 실버'를 출시했다. 연회비는 15만원이며, 가입 시 12만원 상당의 바우처를 제공하는 프리미엄 상품이다. 전월실적 50만원 달성 시 온라인몰에서 2%, 항공사와 5성급 호텔, 면세점, 골프장 등에서는 3% 적립 혜택을 제공한다. 일부 생활 영역에서는 할인율을 10%로 책정해 실용성을 높였다.
이번 상품은 진 대표 취임 이후 처음으로 출시한 프리미엄 카드다. 기존 우리카드는 '블루' 시리즈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라인업을 구성했지만, 첫 외부 출신 대표가 지휘봉을 잡은 만큼 상품명을 바꾸고 새출발을 도모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우리카드가 출시한 프리미엄 상품은 지난해 3월 출시한 '디어 쇼퍼'와 '디어 트래블러'다. 두 상품과 비교하면 주요 영역의 할인율은 다소 낮지만, 일부 생활 영역 할인폭을 확대해 범용성을 강화했다.
우리카드는 진 대표 취임 이후 보급형부터 프리미엄까지 카드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연회비 2만2000원의 '카드의정석2'를 출시했고, 한 달 뒤인 6월에는 연회비 5만원의 '7CORE'를 공개했다. 가격대를 폭넓게 구성해 소비자의 선택지를 넓혔다는 평가다. 과거 프리미엄 상품을 단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 패턴을 분석해 현재 생활양식에 맞춘 혜택을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디오퍼스를 시작으로, 보다 강력한 혜택을 탑재한 프리미엄 상품을 추가로 출시할 계획이다. 프리미엄 카드의 연회비가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연회비 15만원짜리 상품은 '엔트리 프리미엄'으로 분류된다. 향후 보다 고액 연회비 상품으로 고객을 유입할 '마중물' 역할을 하는 셈이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이번 상품은 독자적인 엔트리 프리미엄 최초 상품으로, 현재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혜택을 강화했다"며 "할인형 바우처를 최초로 포함했고, 가입 연차가 늘어날수록 바우처 혜택을 강화하는 점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카드는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8월 말 기준 우리카드의 개인 신용카드 일시불 승인잔액은 25조32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00억원 가까이 감소했다. 전체 신용카드 승인액이 증가세를 보인 것과 대조된다. 올해 주요 카드사 8곳(신한· 삼성·KB국민·현대·하나·우리·롯데·비씨카드) 중 신용카드 승인잔액이 감소한 곳은 우리카드, 롯데카드, 하나카드 등 3곳이다. 신용판매와 점유율 확대가 동시에 요구되는 시점이다.
본업 경쟁력 강화도 절실하다. 신판잔액 감소로 카드론 등 대출서비스 확대에 눈을 돌린 결과, 지난 8월 말 기준 우리카드의 카드론 누적 잔액은 4조14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7% 급증했다. 주요 카드사 8곳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같은 기간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은 25.41% 증가한 3319억원으로, 지난해 대환대출 잔액이 100억원 미만이었던 비씨카드를 제외하면 카드업계에서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는 카드론 만기가 도래했지만 상환 능력이 부족한 차주가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카드 대출 확대와 함께 건전성 관리에도 부담이 커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기준 우리카드의 대환대출 포함 연체율은 2.6%로, 직전 분기 대비 0.02%포인트(p) 감소했으나 카드업계에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2023년 3분기 2%대 진입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우리카드가 독자 결제망을 구축한 지 이제 막 2년이 지났다는 점에서, 점진적 우상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우리카드는 비씨카드 결제망을 공유했지만, 2021년 독자 결제망 설립을 시작해 2023년 완성했다. 베스트셀러인 카드의정석을 유지하면서, 신규 상품으로 정체성을 확립할 시점이라는 평가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우리카드 내부적으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고려해, 프리미엄 카드를 통해 고객을 끌어들일 적기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kimsam119@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