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중삼 기자] 이재명 정부가 '9·7 공급대책'을 내놨지만 서울 집값은 멈추지 않고 치솟는다. 성동·마포구 등 한강벨트에서 시작된 신고가 행진이 수도권 주요 지역으로 번지고 있다. 강력한 대출 규제와 공급 카드가 잇따랐지만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도, 추가 대책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서울 집값은 9월 들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3주차 0.12%에서 4주차 0.19%, 5주차에는 0.27%로 오름폭을 키웠다. 불길을 키운 진원지는 성동·마포·광진구 등 이른바 한강벨트다. 재건축 추진 단지와 역세권을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몰리면서 실수요와 투자수요가 동시에 유입되는 구조적 변화 신호로 풀이된다. 자세히 보면 성동구 0.41%(3주차)→0.59%(4주차)→0.78%(5주차), 광진구 0.25%→0.35%→0.65%, 마포구 0.28%→0.43%→0.69%로 가파른 계단식 상승을 보이고 있다.
실거래 현장에서도 이런 흐름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국토교통부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9월 거래에서 성동구(37건)·마포구(22건)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도심 입지로서 강남의 차선 선택지로 꼽히며, 신흥 주거지로 수요자들의 선택을 받는 모습이다.
KB부동산 기준으로 가격 지표를 보면 9월 한강 이남 11개구 평균 매매가격이 처음으로 18억 원을 돌파했고, 서울 전체 평균도 상당한 고점에 도달했다. 핵심 입지 프리미엄이 유지되는 한 '똘똘한 한 채' 선호 심리는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 분당 집값 들썩…수도권 중심 주택시장 불안 재현 가능성↑
불길은 수도권 핵심 지역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분당·과천 등 일부 지역 집값이 가파른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어서다. 분당은 9월 들어 0.34%→0.64%→0.97%로 상승폭을 키웠고, 과천도 0.19%→0.23%→0.54%로 뚜렷한 오름세를 이어갔다. 리모델링이나 재건축 추진 등 정비사업 기대감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직방 관계자는 "9.7 대책에서 공급 확대 방안이 제시됐지만, 공급정책 특성상 단기적 효과는 제한적이어서 수요자들은 현재 선택 가능한 입지와 단지에 집중하고 있다"며 "수도권에서는 분당·판교처럼 서울 접근성이 좋은 지역이나, 전통적으로 선호도가 높은 도심 입지에 수요가 계속 집중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25일 '2025년 9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를 통해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가격 상승폭이 다시 확대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며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시장 불안이 재현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서울 등 수도권의 주택가격 상승세 둔화가 여전히 제한적인 만큼, 주택시장 기대심리 관리를 위해 거시 건전성 정책 강화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며 "주택가격·가계부채 움직임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대응해 나가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는 추석 전 추가 대책은 없다고 못 박았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세종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단발적 처방이 아닌, 규제·금융 문제를 종합 검토해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이번 정부의 큰 틀"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직방 관계자는 "서울 주요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연장으로 핵심 입지에 대한 진입 장벽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며 "가격 상승에 따라 추가 지정이나 규제 가능성을 의식한 선매수 움직임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한편 서울시도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고 있다. 시는 같은 날 '신속통합기획 2.0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구역 지정부터 입주까지 걸리는 기간을 18.5년에서 12년으로 단축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2031년까지 한강벨트 19만8000가구를 포함해 총 31만가구(착공 기준)를 공급하겠다는 청사진도 함께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