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은 건설근로자 '적정임금제'…실효성 있나?


문재인 정부 좌초된 적정임금제…이재명 '바통터치'
"산업 간 형평성 논란 불거질 것"

이재명 정부가 문재인 정부 시절 좌초된 건설근로자 적정임금제 도입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팩트|이중삼 기자] 이재명 정부가 문재인 정부 시절 좌초된 건설근로자 적정임금제 도입을 다시 추진한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 속에서 임금이 깎이며 청년층 유입과 내국인 숙련 인력 확보가 어려워진 건설업 경쟁력을 회복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경기 침체와 산업재해 부담이 겹친 업계가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커, 시행 과정에서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적정임금제 제도화 방안 연구' 용역을 사전 공고했다. 적정임금제는 발주자가 정한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을 건설근로자에게 지급하도록 한 제도다. 다단계 하도급 과정에서 임금이 깎이는 문제를 막기 위한 보호 장치다.

국토부는 제안요청서를 통해 "다단계 하도급 구조 속 가격 경쟁으로 건설근로자 실질 임금이 하락했다"며 "청년층 유입과 내국인 숙련인력 감소로 건설업 경쟁력이 약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국토부는 현 시점에서 추가 시범사업을 병행하며 적정임금제 추진 방안을 재수립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건설근로자 적정임금제 도입은 문재인 정부 시절 국정과제로 추진됐던 정책이다. 2017년 12월 '건설산업 일자리 개선 대책'을 통해 도입 방향을 내놓은 뒤, 2021년 6월 '건설공사 적정임금제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국가·지자체 300억원 이상 공사를 대상으로 우선 추진하고, 민간공사는 민간에 미치는 파급효과 등을 고려해 추후 검토한다는 것이 골자다. 2023년 1월 시행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당시 국토부는 적정임금제 도입으로 청년층이 건설현장으로 다시 유입되고, 중장기적으로 건설산업 일자리 환경이 개선돼 산업 경쟁력·공사 품질도 한 단계 도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건설근로자 적정임금제 효과는 시범사업을 통해 확인된 바 있다. 문 정부가 총 20건의 시범사업·제도화 관련 연구를 진행한 결과, 실제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건설근로자공제회의 '적정임금제 시범사업 순효과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시범사업으로 공사당 고용이 78.7명 증가했고, 기능직 근로자 임금은 2만5000원, 일반 근로자는 3000원 인상됐다.

그러나 공사비 현실화 없는 적정임금제는 사업성 악화와 안전사고 우려를 키운다는 업계 반발에 막혔고, 정권 교체까지 겹치며 정책은 결국 흐지부지됐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이를 건설 분야 핵심 공약으로 다시 꺼내 들었고, 국정과제에 포함되면서 국토부가 제도화 방안 재수립에 나선 것이다. 실제 이재명 정부의 '123대 국정과제'에 따르면 '건설업 적정임금제 제도화'가 포함돼 있다.

◆ 적정임금제 도입→신규·미숙련 근로자 채용 기피

이재명 정부의 123대 국정과제를 보면 건설업 적정임금제 제도화가 포함돼 있다. /박헌우 기자

국토부는 연구용역을 통해 시범사업 시행 방안 마련과 성과 분석, 국내외 적용 사례 조사, 적정임금 기준 산정 방식과 결정 절차 검토, 제도화 방안 수립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전자카드제 등으로 수집되는 임금 정보를 토대로 직종별 적정임금 산정·결정 절차를 다듬고, 노무비 상승분을 반영할 수 있도록 공공 계약제도 개편 방안도 검토한다. 발주처·건설사·노동자 인터뷰와 전문가 자문을 병행해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는 적정임금제가 시행되면 고용 구조부터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한다. 모든 근로자에게 '중간임금 이상'을 강제하면, 생산성을 따져 신규·미숙련 근로자 채용을 기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건설근로자 임금은 다른 산업보다 높은 수준이다. 때문에 적정임금제가 사실상의 '산업별 최저임금제'로 굳어지면, 산업 간 형평성 논란이 업계 안팎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신규 인력 유입을 위한 방안으로 적정임금제가 실효성이 낮다고 진단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건설업 적정임금제 도입의 영향·검토과제' 보고서에서 "현재 건설근로자 임금은 노동 수급 상황에 따라 결정된다"며 "같은 직종이라도 시기·지역·현장에 따라 임금 격차가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근로자 부족 해소와 신규 유입 촉진 수단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이며, 오히려 일자리 확보를 쉽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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