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증권가 국감 증인 '무풍지대'?…추가 채택 가능성 촉각


기업인만 때리나…'면죄부 국감' 비판 가능성도

올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증인 명단에는 증권가 수장들이 일제히 빠졌다. /더팩트 DB

[더팩트|윤정원 기자] 국회 정무위원회가 국정감사 증인 명단을 논의한 가운데 증권가가 '무풍지대'가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업 오너와 대형 플랫폼 경영진이 줄줄이 이름을 올린 것과 달리, 증권사 최고경영자들은 명단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다만, 추가 증인 채택 가능성이 남아 있는 만큼 안심하기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 정무위 증인 32명…KT 김영섭·롯데카드 조좌진 국감 간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29일 전체회의에서 '국정감사 증인 등 출석요구의 건'을 의결했다. 이날 여야가 의결한 국정감사 증인(32명)과 참고인(9명)은 총 41명이다. 정무위는 오는 10월 14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를 시작으로, 같은 달 20일 금융위원회, 21일 금융감독원, 28일 종합(비금융) 국정감사를 차례로 진행할 예정이다.

개보위·공정위 대상 국감에는 '해킹에 의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한 △김영섭 KT 대표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가 이름을 올렸다. '홈플러스 사태'에 관해서는 △김광일 홈플러스 대표이사 △조주연 홈플러스 공동대표 △윤종하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증인 명단에 포함됐다.

'온라인플랫폼 불공정 거래', '삼성 웰스토리 부당지원행위 사건' 등을 이유로 △김범석 쿠팡 의장 △김명규 쿠팡 이츠 대표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 △김범석 우아한형제들 대표 등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인앱결제 등 불공정 행위'와 관련해 △황성혜 구글 부사장도 증인으로 출석을 요구받았다.

금융위 대상 국감 증인으로는 △오경석 업비트 대표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각각 '자금 세탁 방지의무 위반 적발·제재 검토 관련', '졸속 상장 및 상장 폐지'와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미흡 지적(MBK)' 등을 이유로 채택됐다.

금감원을 대상으로 하는 국감에는 △김윤석 신협중앙회 회장 △김인 새마을금고 회장 △이정의 한국ESG기준원 부원장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 등 4명이 증인 명단에 포함됐다.

종합국감에서는 '계열사 부당지원' 등과 관련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갑질 및 넙품단가 후려치기' 관련 △권오성 현대위아 대표, '점포별 매출 할당 및 직원 구매 강요 등 갑질 의혹' 관련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 등이 증인으로 출석할 계획이다.

◆ 작년 이어 올해도?…"마지막까지 안심 못 해"

지난해에도 정무위 국감에는 증권가 수장이 전무했다.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가 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 '윤석열 정권의 YTN 민영화 강탈' 의혹에 대해 2분여간 발언권을 가진 게 전부였다. 윤 대표는 YTN 매각 작업이 한창이던 2023년에는 CEO도 아니었고, 단순 의혹 해소 차원에서 국감장에 선 터라 증인 채택에 관해서는 시장의 관심이 크지 않았다.

'면죄부 국감' 지적이 일 수 있는 가운데, 증권가에선 아직 추가 증인 채택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점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국감 막판 여야 간사가 협의를 통해 증인 명단을 추가하거나 조정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몇 년간 각종 사건·사고에서 증권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린 만큼 "마지막 순간까지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국민의힘 소속 윤한홍 정무위원장 또한 전체회의에서 "(국감 증인·참고인과 관련해) 혹시 필요한 것이 있는지 간사님들이 좀 더 의논해 주시길 바란다"면서 "협의가 되면 되는대로 한 번 더 의결하고, 정 안 되면 국감 기간 중에라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23년에는 홍원식 하이투자증권(현 iM증권) 대표만 정무위 증인으로 채택된 바 있다. 당시 하이투자증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을 진행하면서 일명 '꺾기(금융상품 강요행위)'를 행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PF 대주인 하이투자증권이 차주에게 자사의 부실채권을 매수하는 조건으로 대출을 시행해 줬다는 지적이었다. 하이투자증권 부동산 부문 사장의 아들이 근무하는 흥국증권에 15조원 규모의 전단채 거래를 몰아줬다는 의혹도 나왔다.

국감 증인은 하이투자증권에만 국한되는 듯했으나 이어 최희문 당시 메리츠증권 대표가 증인으로 추가 채택됐다. 최희문 전 메리츠증권 대표는 이화전기 그룹 매매정지 관련해 사모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내부자거래 등의 건으로 국감장에 섰다.

메리츠증권은 2021년 10월 이화전기가 발행한 400억원 규모의 BW에 투자했다. 이후 메리츠증권은 보유 중이던 주식(5838만2142주, 32.22%)을 2023년 5월 4~10일 전량 매도했다. 매도 시점은 김영준 이화그룹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로 이화전기 주식의 매매거래가 정지되기 바로 직전이었기 때문에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의혹이 일었다.

당시 대표를 역임하던 현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부회장도 추가로 증인석에 섰다. 정일문 부회장은 한국투자증권이 정보통신 미디어 서비스 업체인 인덱스마인으로부터 불공정거래행위 혐의로 공정위원회에 고발되면서 국감장에 출석하게 됐다.

인덱스마인은 지난 202년 4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한국투자증권과 업무제휴 및 업무위탁 관계를 유지해왔으나 한국투자증권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종료·해지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인덱스마인의 서비스 기술을 도용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국감 추가 증인 명단에 황성엽 신영증권 대표(사진)가 오를 가능성도 나온다.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 역시 안심하긴 이르다는 평가다. /신영증권

◆ 신영 황성엽·키움 엄주성, 추가 채택 가능성 '솔솔'

국감 추가 증인 협상이 변수로 남은 가운데 증권가의 무풍지대가 유지될지, 아니면 새로운 이름이 명단에 오를지가 이번 정무위 국감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됐다. 현재 업계에서 추가 증인 명단에 오를 수 있다고 여겨지는 인물로는 황성엽 신영증권 대표와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 등이 있다.

황성엽 신영증권 대표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국감 출석 가능성이 대두하고 있다. 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전체 상장사의 71.5%가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기업 한 곳당 평균 보유 자사주 비중은 전체 발행 주식 대비 4.5% 수준이다. 반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신영증권의 자기주식은 872만9975주, 보유비율은 무려 53.10%에 달한다.

더욱이 신영증권은 홈플러스 단기채권의 발행 주관을 맡았던 곳으로,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를 둘러싸고 금번 정무위 증인으로 출석하는 MBK파트너스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지난 3월 진행된 국회 정무위 긴급 현안질의에서도 양측은 홈플러스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에 대한 사전인지 여부와 그로 인한 자금조달에 미친 영향을 두고 날을 세웠다.

증인 명단에서 빠진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 또한 여전히 안심하긴 이르다는 평가다. 이번 국감의 핵심 쟁점 중 하나가 '김건희 여사 집사 게이트' 의혹이기 때문이다. 김건희 여사의 측근으로 불린 김예성 씨가 참여한 IMS모빌리티가 2023년 사모펀드 운용사를 통해 금융사들로부터 184억원을 투자받았고, 이 중 일부가 김 여사에게 흘러갔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키움증권의 투자 규모는 약 10억원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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