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에 해외는 부담?"...소비쿠폰 발급에도 신용카드 잔액 '둔화'


내수촉진 성공?…해외신판 잔액 성과 '미미' 영향
10~11월 보안투자 및 연말·연초 장사 준비 시작

신용카드사가 소비쿠폰 발행 영향으로 내수촉진에는 성공했지만 해외 영업에는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뉴시스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정부가 지난 7월 내수 촉진을 위해 소비쿠폰을 발행했지만, 카드업계의 기대와 달리 신용카드 승인잔액 증가세는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쿠폰이 내수 소비를 끌어올리는 효과는 있었지만 해외 지출이 줄어들면서 신용판매 잔액 확대폭이 제한적이었다는 분석이다.

30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전업카드사 9곳(신한·삼성·KB국민·현대·하나·우리·롯데·비씨·NH농협카드)의 개인 신용카드 승인잔액은 387조27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1%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해 같은 기간 증가율(5.67%)과 비교하면 상승세는 한풀 꺾였다. 승인잔액 증가 폭 역시 20조1258억원에서 12조4160억원으로 축소됐다. 지난 7월 말 최대 45만원까지 지급된 민생회복 소비쿠폰 효과를 고려하면 다소 의외라는 평가다.

소비쿠폰 발행이 시작된 7월에도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 7월 말 기준 카드사 9곳의 개인 신용카드 신판잔액은 3.25% 증가한 337조698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기 증가율(5.77%)에 비하면 둔화된 수치다. 정부가 이달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발행했지만, 신판잔액 확대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원 금액이 10만원으로 줄고, 대상도 하위 90% 국민으로 축소됐기 때문이다.

올해 신용카드 신판잔액이 반등하지 못한 배경에는 해외 소비 감소가 자리한다. 내수는 늘었지만 해외 지출은 줄어든 것이다. 지난 7월 숙박·음식점업 카드승인잔액은 13조6600억원으로 전년보다 5000억원 늘었고, 8월에도 5800억원 증가한 14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항공기 등을 포함한 운수업종 승인잔액은 각각 590억원, 700억원 줄어 해외여행객 감소를 보여줬다.

애당초 카드업계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두고 '수익성과는 거리가 먼 사업'이라고 평가했다. 내수 촉진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일부 카드사는 소비쿠폰 신청 폭주로 서버 장애를 겪었다. 트래픽 용량 추가와 서버 정비에 비용을 투입했던 만큼 수수료 수익은 오히려 줄었다는 설명이다.

해외 승인잔액도 뚜렷한 개선은 없었다. 지난 8월 말 기준 전업카드사 9곳의 해외 승인잔액은 8조3527억원으로, 연간 증가율은 0.15%에 그쳤다. 지난해 7월 운수업종 카드 승인 실적이 8.2% 급증하며 여행 수요 확대 기대가 컸지만 결과적으로 빗나갔다.

카드업계는 해외여행 수요를 잡기 위해 제휴 확대, 신상품 출시 등 전방위적 마케팅을 펼쳤지만 공염불에 그쳤다. 내수 부문에서는 소비쿠폰 덕분에 반짝 수요를 얻었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성과가 미약했기 때문이다. 수익성 측면에서 '내수시장'과 '해외실적'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친 셈이다.

업계에서는 트래블카드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지난 2023년 6월 하늘길이 열리면서 하나카드를 비롯한 주요 카드사가 앞다퉈 트래블카드를 출시했다. 체크카드에 환전, 해외 자동현금인출기(ATM) 수수료 면제 등 파격 혜택을 담아 신규 고객을 끌어모았고, 연회비 없는 상품이 주류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됐다.

다만 체크카드 이용자를 신용카드 회원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은 녹록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지난 8월 카드사 9곳의 체크카드 해외 승인잔액은 전년 대비 27.32% 늘어난 3조9148억원을 기록했다. 신규 고객 확보에는 성공했지만, 신용카드보다 수수료 수익이 낮아 수익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업계는 제휴처 확대와 혜택 강화 등 신용카드로 유도할 전략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휴가철로 분류되는 3분기가 모두 지난 만큼 업계는 연말특수 전까지 보안 인프라 확충에 주력할 계획이다. 다만 연말과 연초에는 국내외 아울러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커지는 만큼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소비쿠폰은 금융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성격이 강해 수익보다는 사회공헌에 가깝다"며 "올해 해외여행 부문에서 신용실적이 기대보다 저조했다. 비용을 투입해서라도 신용 점유율을 높여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kimsam1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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