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자원 화재에 '배터리 포비아' 다시 확산하나…조사 결과 '촉각'


경찰, 사고 원인 수사…전문가 "범정부 대책 필요"

26일 오후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내 무정전·전원 장치(UPS)실에서 발생한 화재로 70개 정부 서비스가 마비됐다. /대전=박헌우 기자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로 정부 서비스 일부가 중단됐다. 지난해 인천 아파트 전기차 화재에 이어 국정자원 화재로 배터리에 대한 포비아(공포증) 재확산 조짐도 보인다. 전문가들은 리튬 배터리 활용도를 고려해 범정부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대전 유성구 국정자원 본원에서 발생한 화재는 무정전 전원장치(UPS)용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발생했다. 화재는 26일 오후 8시 20분쯤 국정자원 5층 전산실에서 발생해 이튿날 오전 6시 30분쯤 초진에 성공했고, 오후 6시쯤 완진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작업자 13명이 전산실에서 서버와 함께 있던 UPS용 배터리를 지하로 이동시키던 중 전원이 차단된 배터리 1개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국정자원은 서버와 배터리가 함께 있었는데 이를 분리하기 위해 이동시키던 중 화재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배터리 셀은 LG에너지솔루션(당시 LG화학)이 2012~2013년 LG CNS에 공급했다. UPS 장치는 2014년 국정자원에 납품돼 설치됐다. UPS는 전원 장애 시에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장치로 일종의 ESS(에너지저장장치)다. 보증기간은 10년으로, 기한이 지났다.

대전경찰청은 20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구체적인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합동감식을 벌였으며, 수사를 통해 구체적인 화재 원인을 규명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확산한 바 있는 배터리 포비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전기차 시대 개막 등으로 배터리 활용이 많아지면서, 배터리 화재 발생 건수는 증가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방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6월까지 배터리 화재는 총 2439건이 발생했다. 2021년 319건 발생한 화재는 2022년 345건, 2023년 359건, 2024년 543건, 올해 1~6월 300건이 났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27일 저녁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원인을 보면 △전기적 1361건 △기계적 308건 △화학적 261건 △부주의 163건 △미상 123건 △교통사고 117건 △기타 67건 △제품 결함 35건 △자연적 3건 △방화 1건이다. 배터리 화재가 단순한 원인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배터리 업계는 ESS에 불안감이 확산할 수 있는 점에 난색을 드러내는 분위기다. 업계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돌파구로 ESS를 낙점한 상태다. ESS는 날씨에 따라 생산이 달라지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필수적이다. 정부 기조와도 맞물린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화재가 시작된 삼원계가 아닌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로 우려를 덜어낼 수 있다고 본다. LFP 배터리는 삼원계 대비 화재 위험성이 낮다. 열폭주(내부 온도가 급격히 상승해 연쇄 반응을 일으켜 화재나 폭발로 이어지는 현상)를 차단하는 '액침냉각'도 대안으로 꼽힌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화재가 발생하면 배터리 자체에 집중하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는데 에너지를 농축한 제품은 기본적으로 화재 위험성이 있다"라며 "가솔린과 똑같다고 보면 된다. 배터리 자체 문제라고만 보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제도적으로는 범정부 차원에서 리튬이온 배터리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SS 등 리튬이온 배터리 활용도는 높아지는데 화재가 발생할 때마다 부처별로 사후 대안만 내놓아 근본적인 해결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백승주 한국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안전학과 교수는 "배터리는 도입할 때는 산업통상자원부가, 폐기 시에는 환경부가, 항공기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국토교통부가 담당한다"며 "지난해 지하 주차장 화재 당시에는 소방청이 범정부 TF(태스크포스)를 꾸렸다"고 말했다.

이어 "(배터리 활용도가 높은 만큼) 모든 분야에서 모든 사람이 쓰고 있다. 하지만 화재가 발생하면 부처별로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라며 "부처별로 대응하다 보니 근본적인 대안이 나오기 힘들다. 모든 내용을 아우르는 범정부 차원 종합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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