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금융위 1급 '전원 사표' 요구…쇄신 가속 vs 감독 공백


취임 나흘 만에 1급 4명 일괄 사표 요구
조직개편·국감·현안 한데 겹쳐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취임 나흘 만인 지난 19일 금융위원회 1급 간부 4명에게 일괄 사표를 요구했다. 사진은 이 위원장이 15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취임 나흘 만인 지난 19일 금융위원회 1급 간부 4명에게 일괄 사표를 요구했다. 상임위원 2명, 증권선물위 상임위원 1명,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까지 포함된 '전원 사표'는 기재부 1급 전원 사표에 이은 연쇄 조치다. 조직개편의 속도를 높이려는 의지가 읽히지만 국정감사와 굵직한 현안 일정이 맞물린 시점의 감독·심의 공백 우려도 공존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취임 나흘째인 지난 19일 1급 간부들을 집무실로 불러 '티타임' 형식으로 사표 제출을 요청했다. 대상은 금융위 상임위원 2명과 증권선물위 상임위원 1명, FIU 원장 등 총 4명으로 알려졌다.

이 위원장은 이들에 "새 정부가 들어섰으니 모두 사표를 내는 게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일부는 사표를 내겠다는 뜻을 밝혔고 나머지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설치법 등에 따르면 금융위 상임위원과 증선위 상임위원의 임기는 3년이다. 그러나 임기를 다 채우기보다는 1~2년 정도 직을 유지하다 다음 자리로 이동하는 게 일반적이다.

앞서 기재부도 차관보와 국제경제관리관, 재정관리관, 예산실장·세제실장·기획조정실장, 대변인 등 1급 간부 7명에게 사표를 요구했다.

배경에는 정부가 추진 중인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있다. 금융위의 정책 기능을 기재부로 이관하고 남는 감독 기능을 중심으로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 체제로 돌아가는 시나리오가 공개 논의됐다. 세부 권한 배분을 둘러싼 금융위·금감원 간 긴장도 감지된다.

그러나 해당 조직 개편안에 대한 금감원과 금융위 직원들의 불만이 커진 가운데 야당인 국민의힘이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혀 조직 개편 지연 가능성도 점쳐진다. 1급 인사들의 사표가 제출된다고 해도 수리하지 않고 체제가 안정화될 때까지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금융위원회 등 금융정책 부문에 대한 정부 조직개편안을 확정한 가운데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임영무 기자

일각에선 인적 쇄신을 통한 지휘 일원화가 명분이지만 후속 인사·직무대행 체계가 늦어질 경우 제재·인가·심의의 처리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야는 올해 국정감사를 10월 13일 개시하는 데 가닥을 잡았다. 롯데카드 대규모 정보유출, 홍콩H지수 ELS 과징금 산정기준, 부동산PF 정리, LTV 담합 의혹, 스테이블코인 2단계 입법 등 민생·소비자 보호와 직결된 현안이 줄줄이 도마에 오른다. 인사로 조직을 정비하는 사이, 각 현안의 보상·제재·감독·입법 로드맵을 차질 없이 굴릴 수 있느냐가 국감장에서 가장 먼저 확인될 대목이다.

정치적 파장도 변수다. 기재부 1급 전원 사표 요구에 이은 금융위의 전원 사표 요구로 고위직 교체 가속이 확실해졌다. 야권은 인사권 남용·독립성 훼손을 문제 삼을 수 있고 여권은 개편 추진의 불가피성·책임행정을 강조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증선위·FIU는 연속성이 생명"이라며 "후임 인사들에 대한 인사 검증에도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책 연속성을 위해 공백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1급 사표는 통상 기관장의 의지라기보다 대통령실의 의지"라며 "새 정권이 들어서면 1급 간부들의 사표를 받고 인사권자가 자유롭게 조직개편을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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