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마켓-알리 손잡았다…국내 이커머스 판도 변화 '주목'


쿠팡·네이버 양강구도에서 3파전으로 확대 가능성
저가 중국산 유입에 가격 경쟁 불가피…고객 데이터 유출 불안감도

이병건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이 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신세계와 알리바바 그룹이 합작회사를 설립해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를 공동으로 지배하는 기업결합을 심사한 결과 국내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커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 간 국내 소비자 정보를 차단하는 것을 조건으로 기업결합을 승인했다고 밝히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 | 문은혜 기자] 신세계그룹이 G마켓을 앞세워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알리익스프레스와 손을 잡았다. 단순한 투자나 제휴가 아니라 아예 합작법인을 출범하는 방식으로 협력에 나선 것이다. 알리는 쿠팡과 네이버가 양분하고 있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공략하고, G마켓은 판매자들의 글로벌 플랫폼 진출 기회를 확대하려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 동맹이 국내 이커머스 판도를 흔들 '게임 체인저'가 될지 아니면 불확실성만 키우는 모험이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신세계와 알리바바그룹이 합작회사를 설립할 때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간 국내 소비자 데이터를 분리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

이에 따라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는 신세계그룹과 중국 알리바바인터내셔널이 5대 5로 출자해 설립한 합작법인 '그랜드오푸스홀딩'의 자회사로 편입돼 '한 지붕 두 가족' 구조로 사업을 운영하게 된다.

이번 협력으로 알리는 국내 우수 판매자를 확보해 한국에서의 지배력을 더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G마켓은 알리가 보유한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국내 판매자들의 해외수출을 활성화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G마켓 판매자들이 해외에 판매할 상품은 약 2000만개에 달하는 상황이다.

G마켓 관계자는 "공정위의 공식 승인이 나온 만큼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는 JV 조직 구성과 이사회 개최, 사업 계획 수립 등을 위한 실무 작업에 즉각 돌입했다"고 말했다.

G마켓과 알리의 합작법인 등장으로 국내 이커머스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각사

업계에서는 G마켓과 알리의 합작법인 등장으로 국내 이커머스 판도가 어떻게 바뀌게 될지 주목하고 있다.

현재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쿠팡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가운데 그 뒤를 알리익스프레스, G마켓, 네이버 등이 잇고 있다. 리테일 분석업체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쿠팡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3422만명으로 압도적 1위다. 이어 알리익스프레스(920만명), G마켓(668만명), 옥션(266만명), 네이버플러스스토어(431만명) 등이 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초저가 중국산 제품을 무기로 호시탐탐 국내 시장을 노리고 있는 알리가 G마켓과 손을 잡은 이후 시장이 어떻게 바뀌게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G마켓과 알리의 합작법인이 이커머스 업계에 또 한 번의 가격 경쟁을 촉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쟁이 격화하는 과정에서 단기적으로 소비자에게 가격적인 이득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는 쿠팡이 로켓배송과 자체 물류망으로 강력한 고객 충성도를 확보한 것 처럼 G마켓과 알리가 충성고객을 만들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단순히 이용자 수를 더해 덩치를 키웠다고 해서 자동으로 수익성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차별화된 서비스와 배송 인프라가 받쳐주지 않으면 경쟁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은 초저가 전략만으로는 결코 공략하기 힘든 시장"이라며 "빠른배송 경쟁이 갈수록 격해지는 상황에서 G마켓과 알리가 이 영역에 뛰어들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 기업 데이터 유출에 대한 불안감이 큰 국내 시장에서 G마켓과 알리 합작법인이 얼마나 신뢰를 줄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G마켓이 국내에서 사업해온 지난 20년의 기간 동안 5000만명이 넘는 국내 소비자들의 데이터가 쌓인 만큼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정위도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해 양사의 독립 운영, 소비자 데이터 분리, 상대방 데이터 활용 금지 등 조건을 달았다.

그러나 이런 장치가 실제 운영 과정에서 얼마나 지켜질지는 미지수라는 의견도 나온다. 기술적으로 완벽히 분리가 가능하다는 보장도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G마켓 관계자는 "고객데이터 관리는 공정위가 심사 과정에서 면밀하게 검증한 부분"이라며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는 고객데이터 관리를 한층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 실행하기로 했고 지속적으로 검증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방안에 따르면 G마켓과 알리바바 플랫폼이 연계되더라도 분리된 시스템 관리를 통해 고객과 셀러 정보는 안전하게 보호된다"고 덧붙였다.


moone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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