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비방' 유튜버 변호인 확인했더니…이혼 소송 '노소영 측 로펌'


최태원 SK그룹 회장, 악성루머 유포한 유튜버에 민형사 조치
악성 유튜버 변호인 눈길…이혼 소송 노소영 측과 같은 로펌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자신과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 관련 비방 영상을 올린 유튜버들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 중이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악의적인 루머를 퍼트린 유튜버들과 관련해 경찰의 수사, 법적 대응 등이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한 유튜버의 손배소 법률 대리를 대형 로펌인 율우가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율우는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을 대리해 '세기의 이혼' 소송을 맡았던 로펌이다.

◆ 이혼 소송 노소영 측 로펌 선택한 사이버레커 유튜버

16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자신과 동거인 김희영 이사와 관련한 허위사실, 루머를 영상으로 제작해 지속해서 게시한 유튜버들에게 민형사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중 한 사건은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진행 예정인 민사 손해배상 청구 소송으로, 손배 대상은 유튜브 채널 '고추밭'을 운영한 한 유튜버다.

해당 유튜버는 '고추밭'뿐만 아니라 '고추타운', '세렝게티' 등의 채널을 운영하며 여러 유명인을 조롱하는 영상을 제작한 사이버레커로 잘 알려져 있다. 사이버레커는 교통사고가 나면 몰려드는 레커차(견인차)와 같이 특정 이슈가 생기면 루머 등을 담은 콘텐츠를 제작, 호기심을 자극해 조회수를 늘리는 유튜버들을 말한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해당 유튜버의 법률 대리를 대형 로펌인 율우가 맡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사건을 검색하면 지난달부터 피고 소송대리인으로 법무법인 율우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단순히 한 개인 유튜버가 비싼 수임료를 내고 대형 로펌을 선임한 것 자체가 시선을 모으는 건 아니다. 율우는 최태원 회장과 이혼 소송 중인 노소영 관장의 법률 대리를 맡고 있는 로펌이다. 결과적으로 또 한 번 최태원 회장과 반대편에 서게 됐다.

율우의 김기정 대표변호사는 이혼 소송 항소심부터 합류했다. 이후 항소심에서 '재산분할 1조3808억원'이라는 노소영 관장 승소 판결이 나오면서 한때 재판 판도를 뒤집은 주요 인물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번 사이버레커 유튜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율우 합류 이전부터 김기정 변호사와 같은 법무법인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정우용 변호사가 담당한다.

최태원 회장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사이버레커 유튜버의 변호를 율우가 맡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법률 대리인인 김기정 율우 대표변호사가 지난해 6월 2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모습. /더팩트 DB

◆ 노소영 주변 인물들이 악성루머 유포한 사례도 존재

최태원 회장과 김희영 이사에 대한 비방 영상은 주로 과거사 또는 가족들에 대한 허위사실, 모욕적인 조롱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된다. 과거 다른 재판에서 허위사실임이 밝혀진 내용이 재생산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악성 유튜버들은 고소를 당해도 국내 플랫폼과 달리 수사기관이 신원 정보를 얻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 익명의 뒤에 숨어 비방 게시물을 지속해서 올린 것으로 관측된다. 최태원 회장 측은 유튜브 운영 주체인 구글을 상대로 미국 법원에서 증거 개시(디스커버리) 절차를 밟아 유튜버 신원을 특정한 것으로 보인다.

'고추밭' 채널 운영자 외 최태원 회장이 민형사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진 익명의 유튜브는 10여명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미 이름이 알려진 유튜버에 대한 형사 고소건도 있다. 지난해 10월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박영숙 대표는 블로그와 유튜브 채널 '박영숙미래TV' 등을 통해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10여차례에 걸쳐 1000억원 증여설, 자녀 입사 방해, 가족 관련 허위사실 등 김희영 이사 비방 게시물을 올렸고, 현재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박영숙 대표는 앞서 '노소영 팬클럽 회장'으로 불린 인물이다. 그는 유튜브 채널에서 자택 방문, 자녀들과의 만남, 학술·문화 행사 참여 등의 내용을 통해 노소영 관장과의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노소영 관장과 관련된 인물이 허위 비방 문제를 일으킨 것은 박영숙 대표가 처음은 아니다. 과거 최태원 회장과 김희영 이사에 대한 루머들이 온라인상에 유포됐는데, 노소영 관장 측근인 김흥남 씨가 이를 주도한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김흥남 씨는 2016년 '악성댓글(악플) 부대'를 만들어 최태원 회장, 김희영 이사를 향한 악플을 조직적으로 달았고, 이후 허위사실 유포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명령 160시간을 선고받았다. 김흥남 씨는 지난해 11월 노소영 관장이 이끄는 '재벌가 사모님들의 사교 모임'인 미래회 행사에 참석하는 모습이 <더팩트>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유튜브 등에서 유포되는 가짜 뉴스로 인한 사회적 폐해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며 "피해를 막기 위한 관련 법 제도가 정비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흥남 씨가 지난해 11월 노소영 관장이 연 미래회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중구 장충동 SK텔레콤 연구소(타작마당)에 도착,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이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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