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황준익 기자] 서울 서초구 삼호가든5차아파트 재건축 조합원 사이에서 최고 층수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초고층 랜드마크를 통해 아파트 가치를 올리자는 주장이다. 다만 조합은 설계 변경시 높아지는 분담금과 사업 지연 등을 우려하고 있다.
1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삼호가든5차 재건축 조합은 오는 17일 대의원회를 열어 삼성물산 설계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삼호가든5차 재건축은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 30-1번지 일대 1만3365㎡ 부지에 지하 4층~지상 35층 규모의 총 2개동, 306가구와 부대복리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공사비는 약 2369억원이다. 지난달 23일 총회에서 삼성물산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애초 조합은 지하 3층 ~ 지상 35층 3개동으로 건축심의를 완료했다. 삼성물산은 기존 정비계획안의 3개동을 2개동으로 줄이고 천장고 2.5m를 적용해 단지 및 세대 개방감을 높였다.
삼호가든5차는 시공사 선정을 위해 세 차례에 걸쳐 입찰을 진행했지만 모두 유찰됐다. 지하철 고속터미널역과 반포역, 사평역 등이 가깝고 학군도 우수한 입지를 갖췄지만 단지 규모가 작고 일반분양 물량이 100가구 미만으로 3.3㎡당 990만원의 공사비에도 사업성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조합원들 사이에서 층수를 높여 사업성을 끌어올리자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한 조합원은 "동수만 2동으로 줄이기보다 층수를 40층 이상으로 올리고 층높이도 높여서 고급화를 해야 한다"며 "10년 후 아파트 가치는 큰 차이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조합원도 "층수를 최대한 올리고 분양 물량을 늘려 고급화 공사비와 분담금을 충당해야 한다"며 "원안대로 가면 인근의 반포리체아파트에서 2동이 늘어나는 것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삼호가든1·2차를 재건축한 '반포리체, 3차 '디에이치반포라클라스', 4차 '반포써밋'과 인근의 '반포래미안아이파크' 모두 최고 34~35층이다.
층수 등 설계를 바꾸려면 정비계획 변경 절차를 거쳐야 한다. 시공사가 설계 등을 새로 하게 돼 추가 분담금은 물론 재건축 기간도 늘어난다. 조합도 층수 상향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삼호가든5차 조합 관계자는 "층수 상향은 조합원의 경제적 부담이고 주요변경사항인 만큼 총회를 거쳐야 한다"며 "조합장 직권으로 할 순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대다수 조합은 초고층을 선호해 왔다. 랜드마크 단지로 자리 잡아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어서다. 하지만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층수가 많을수록 조합원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강남구 개포주공6·7단지 조합도 지난해 49층으로 재건축을 추진했지만 조합원들은 기존 안인 35층을 선호해 원안대로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았다. 공사비가 대폭 오른 상황에서 고층보다는 공사비 절감과 공사 기간 단축을 선택한 것이다.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도 49층으로 높이려다 조합원 반대로 기존 35층으로 진행되고 있다.
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장은 "서울에서 한강변 조망권이 아닌 지역은 분담금만 늘어날 뿐 초고층 메리트가 작다"며 "설계변경 대신 빠른 사업 진행과 낮은 분담금으로 거주를 원하는 조합원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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