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황준익 기자] 서울 송파구 송파한양2차아파트 재건축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불거진 불법 홍보를 계기로 '서울시 공공지원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기준'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기준을 어겼을 때의 실질적인 제재나 구속력이 없어 서울시나 해당 구청에서 지침 준수를 요청해도 조합이 임의로 판단하면 그만이라는 지적이다.
1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송파한양2차 재건축 조합은 현재 이사회와 대의원회를 거쳐 재입찰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 4일 마감된 입찰에는 GS건설이 단독으로 참여해 유찰됐다. 통상 조합은 유찰되면 재공고를 올리지만, GS건설의 조합원 개별 접촉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이번 입찰을 무효로 보고 신규 입찰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있다.
송파구는 입찰 마감일 오전 조합에 보낸 공문을 통해 "특정 시공자와 일부 조합원이 개별 접촉한 사실이 확인됐다"라며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개별홍보를 금지하고 있는 바 조합에서는 서울시 공공지원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기준 제10조(입찰 참가자격 제한, 입찰 무효 등) 등 관련 규정을 준수해 입찰을 진행해 달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2일 본지가 GS건설이 송파한양2차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불법 사전홍보를 진행했다는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한 데 따른 것이다. 보도 직후 송파구는 조합과 시공사에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다.
GS건설 측은 최근 일부 조합원을 대상으로 아파트 인근 한우 전문점에서 'GS 시공사 간담회'를 명분으로 개별 접촉한 정황이 드러났다. 주민 제보를 받은 조합 홍보감시단이 현장에서 사진 촬영을 통해 정황 증거까지 확보했다. 간담회 이후 참석 조합원이 각자 식대를 결제했지만, 시공사와 조합원이 별도로 만난 것만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시 시공자 선정기준에는 '건설업자 등의 임직원, 시공자 선정과 관련해 홍보 등을 위해 계약한 용역업체의 임직원 등은 조합원 등을 상대로 개별적인 홍보를 할 수 없으며 홍보를 목적으로 사은품 등 물품·금품·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을 약속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 같은 행위가 1회 이상 적발된 경우 입찰 참가는 무효로 본다. 송파한양2차 입찰공고문에도 '개별홍보 등 입찰 참여 규정을 위반한 업체는 입찰 참여 자격이 박탈됨'이라고 돼 있다.
그런데 입찰 마감 당일 오전 송파구의 공문이 조합에 접수됐다는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GS건설은 입찰에 참여했다. 반면 입찰 참여가 유력시되던 HDC현대산업개발은 "논란이 있는 입찰에 참여하면 잘못된 상황을 인정하는 것이 된다"며 불참했다.
조합원 개별 접촉이라는 불법 홍보가 사실로 확인됐지만, 입찰은 진행되면서 서울시 시공자 선정기준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의 시공자 선정기준은 법률이 아닌 '행정지도'로 조합이 따르지 않아도 강제할 방법이 없다. 실제 송파구청은 "개별 접촉 사실은 확인됐지만, 입찰 무효 여부는 조합이 판단할 문제"라며 한발 물러섰다. 결과적으로 조합이 원하면 규정을 무시할 수 있는 구조가 재건축 현장 혼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GS건설이 논란에도 입찰을 강행한 배경도 "지침을 어겨도 실질 제재가 없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결국 더 큰 갈등과 사업 지연, 조합원의 금융비용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지침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강제력을 갖춘 법제화와 적극적 행정 감독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금처럼 행정기관은 공문만 보내고 조합은 선택적 적용을 하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재건축 수주전의 혼탁함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조합이 입찰을 무효로 하고 신규 입찰을 진행하면 위반행위를 한 시공사가 다시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며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가 지침을 위반하면 그 피해는 결국 조합원들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업체의 불법행위 신고가 들어오면 점검을 진행하고 사실로 확인되면 해당 구청에 알려 구청이 경찰에 고발하거나 조합에 적절할 조치를 하라는 행정지도를 한다"며 "서울시나 구청이 정비사업 인가 기관이기 때문에 조합으로서는 협조해서 다음 단계로 진행해야 하는 만큼 행정지도에 따른 이행을 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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