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주인 찾은 애경산업…태광 품 안겨 'K-뷰티' 명성 되찾을까


태광산업, 경영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국내외 유통망 통해 브랜드 포트폴리오 다각화

애경그룹이 모태사업인 애경산업 매각에 나선 가운데 태광그룹이 경영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올해 창립 71주년을 맞은 애경그룹이 모태 기업인 애경산업을 매각하며 창사 이래 최대 변곡점을 맞았다. 태광그룹이 인수전에 뛰어들며 거래 성사 후 애경산업이 실적 부진을 딛고 국내 K-뷰티 빅3 자리를 굳힐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쏠린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과 티투프라이빗에쿼티(티투PE), 유안타인베스트먼트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애경산업의 경영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매각 대상은 애경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 등이 보유한 지분 약 63%이며 인수 금액은 4000억원대 후반으로 알려졌다.

현재 애경그룹은 위기 탈출이 절실하다. 지난 1954년 비누, 세제 등을 만드는 '애경유지공업주식회사'를 모태로 성장한 애경그룹은 현재 △제주항공(항공) △애경산업(생활용품·화장품) △애경케미칼(석유화학) △AK플라자(백화점 및 유통) 등 크게 네 가지 사업을 이끌고 있다.

특히 애경산업의 경우 지난해 매출 6791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3.5% 줄어든 474억원에 그쳤다.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 3324억원, 영업이익 172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9%, 49% 급감했다.

애경그룹 전체에도 실적 부진은 이어지고 있다. 최대주주 AK홀딩스는 올해 상반기 매출 1조8829억원으로 19% 줄었고 영업손실은 517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여기에 '캐시카우(핵심 수익원)'으로 불리는 제주항공마저 고환율과 여객기 사고 악재로 수익성이 흔들리고 있다.

이에 김상준 애경산업 대표이사는 지난 4월 서울 마포구 본사에서 열린 CEO 간담회에서 "최근 매출과 영업이익이 좋지 않았다"며 "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매각과 관련해 애경산업 관계자는 "(매각) 대상자이기에 밝힐 수 있는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태광산업은 전통 제조업에 집중해왔지만 최근 업황 악화로 지난 2022년 이후 영업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B2C 시장 진출을 모색해왔고 이번 애경산업 인수는 그 연장선으로 알려졌다. 특히 애경산업이 보유한 국내외 유통망을 통해 글로벌 화장품 수출,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 K-뷰티에 발을 들인다.

애경산업은 루나 등 뷰티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문화영 기자

지난달 태광산업은 내년까지 화장품·부동산·에너지 등 신사업에 1조5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보유 현금성 자산 1조9000억원과 SK브로드밴드 지분 매각 대금 8000억원 등 자금 여력도 충분하다. 이에 업계에선 태광산업이 화학·소재와 애경산업의 생활용품·화장품 사업을 연결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가운데 브랜드 리브랜딩을 통한 'K-뷰티 굳히기'가 관건으로 꼽힌다. 애경산업은 루나(LUNA)·에이지투웨니스(AGE20'S)·케라시스·2080 등 다수 브랜드를 갖췄지만 최근 국내 시장에 신규 뷰티 브랜드가 급성장하면서 브랜드 재편화 지적이 이어왔다. 그간 국내 뷰티업계는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애경산업이 '빅3'로 꼽혀왔으나 애경그룹의 재정 악화로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태광산업의 자본력과 애경산업이 결합할 경우 브랜드 재편 작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애경산업이 현재 화장품 매출의 약 70%를 해외에서 의존하고 있는 만큼 인수 후 글로벌 시장 다변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애경산업은 미국에서 다양한 메이크업 색상 확장과 함께 아마존 채널에서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루나가 오프라인 매장 입점 및 SKU(상품 발매 수) 확대 등 브랜드 인지도 제고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애경산업이 인수자를 찾아왔고 태광산업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건 그만큼 의지가 있다는 의미"라며 "양측이 서로 니즈를 맞춘다면 긍정적인 시그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업황을 보면 전체적으로 기업들이 자금 여력도 마땅치 않아 인수자를 찾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기에 인수 자체로는 좋은 방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서도 "태광산업이 기존과 다른 업종을 인수하는 만큼 사업적 시너지를 어떻게 만들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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