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금융위원회 조직개편이 ‘해체론 vs 기능조정’ 논란을 넘어 구체화되고 있다. 당정은 오는 7일 고위 당정협의에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통합해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를 신설하는 개편안을 공개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2일 국무회의에서 금융위를 두고 "요즘 열일한다, 잘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현행 체제 유지 가능성도 거론됐으나, 결국 원안대로 개편이 추진되는 분위기다.
4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대통령실은 7일 고위 당정에서 경제부처 조직개편 초안을 확정·발표하고,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여당 정무위원회 간사는 "기재부·금융당국 개편을 25일 상정 목표로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일정과 구성은 일부 조율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금융당국 개편 방향에 대해선 일정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개편안의 핵심은 '정책·감독 분리'와 '감독 일원화'다. 금융위의 금융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재정경제부 전환 검토)로 이관하고, 금융위와 금감원을 합쳐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동시에 금융감독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분리해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독립시키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법률적으로는 금융위원회법을 금융감독위원회법으로 전환하고, 새 금감위 아래 금감원과 금소원을 두는 구조가 검토되고 있다.
이로써 2008년 출범한 금융위는 17년 만에 간판을 교체하게 된다. 정책은 기재부로, 감독은 금감위로 재편하면서 감독 기능을 강화하고 소비자보호를 독립시켜 전문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당정은 이를 "해체가 아닌 기능 재배치"라고 설명하지만, 사실상 현행 금융위 체제의 종료에 가까운 변화다.
금융권 안팎에선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근거로 현행 체제 유지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민주당과 국정기획위원회가 주도한 원안이 힘을 얻으며 개편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출 규제 성과와 모태펀드 확대 논의 과정에서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을 공개적으로 칭찬하는 등 금융위 성과를 긍정 평가했지만, 이는 조직 틀과 별개로 '투자 중심·생산적 금융'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인사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개편이 확정되면 금융감독위원장으로 보직이 바뀔 전망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소비자보호원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러나 지난 2일 열린 이억원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야당이 "금융위 해체가 예정된 상황에서 열흘짜리 위원장을 왜 뽑느냐"고 문제 삼으며 공방을 벌였고, 청문회는 파행을 거듭했다. 이 후보자는 "정부 공식안이 확정되면 입장을 밝히겠다"며 답변을 유보했다.
다만 최종 확정은 대통령 재가가 필요하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편은 궁극적으로 대통령 의견이 중요하다"며 "정부가 짠 큰 틀을 존중하고, 세부 법안은 일부 야당과도 협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업계의 관심은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소비자보호 기능 등 민감한 권한의 배치다. 동시에 가계부채 연착륙, 자본시장 신뢰 회복, 디지털자산 2단계 법제화, 모태펀드 확대 등 현안을 조직개편과 병행하며 정책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부채 관리나 디지털자산 법제화가 시급한데 조직 논의가 길어지면 정책 추진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개편과 동시에 정책 연속성을 담보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FIU나 소비자보호 기능은 시장 신뢰와 직결된다"며 "어디에 두더라도 독립성과 전문성을 지킬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