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성은 기자] 미국 뉴욕증시가 9월 첫 거래일인 2일(현지시간) 일제히 내렸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둘러싼 법적 혼란과 국채 수익률 상승이 겹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49.07포인트(0.55%) 밀린 4만5295.81에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44.72포인트(0.69%) 떨어진 6415.54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175.92포인트(0.82%) 낮은 2만1279.63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9일 연방 항소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를 위법으로 판결한 후 첫 거래일이었다. 이 판결로 불확실성이 증폭됐다. 대법원 판단이 남아있지만 관세 환급 가능성이 제기되며 재정 적자 확대 우려가 투자심리를 짓눌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당파적 결정"이라고 반발하며 상고 의지를 밝힌 상태다.
국채 금리는 빠르게 상승했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4.9bp(1bp=0.01%포인트) 오른 4.276%까지 올랐고, 30년물은 5.3bp 오른 4.971%였다. 채권 금리 상승은 기업 자금 조달비용을 키워 주식시장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로스 메이필드 메어드프라이빗웰스매니지먼트 투자전략가는 CNBC 인터뷰에서 "30년 국채금리가 5%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 없이 역풍"이라며 "고평가돼있는 주식시장에 앞으로도 계속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발표된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48.7로 집계된 것도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기술주 약세가 두드러졌다. 엔비디아는 1.95%(3.40달러) 떨어진 170.78달러로 마감했다. 테슬라·애플·아마존도 1% 안팎의 낙폭을 보였다. 테슬라는 1.35%(4.51달러) 내린 329.36달러에, 애플은 1.04%(2.42달러) 하락한 229.72달러에, 아마존은 1.60%(3.66달러) 내린 225.34달러에 장을 마쳤다.
장중 TSMC는 중국 공장 장비 반입 불허 소식으로 1.07% 밀렸다. 반면 펩시코는 행동주의 투자자의 대규모 지분 매입 소식에 1.10% 상승했다.
특정 기업 뉴스도 시장 변동성을 키웠다. 크래프트 하인즈는 회사를 둘로 쪼개겠다는 발표 이후 최대 주주인 버크셔 해서웨이가 반대 입장을 내면서 7% 가까이 급락했다. 반대로 바이오젠은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의 주 1회 투여 버전이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으며 5% 넘게 올랐다. 사이토키네틱스는 심장병 신약 기대감으로 40% 폭등했다.
9월은 계절적으로 뉴욕증시가 약세를 보여온 달로, S&P500지수는 지난 5년간 9월에 평균 4.2% 하락했으며, 최근 10년 평균으로도 2% 넘게 떨어졌다. 8월까지 이어진 강세 랠리 이후 9월에는 차익실현과 불확실성이 겹치며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CFRA 리서치의 샘 스토발은 "S&P500 지수가 8월에만 5번의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연간 총 20회를 달성했지만, 이런 해에도 9월에는 평균적으로 하락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이번 주 발표될 고용 지표로 쏠려 있다. 3일에는 7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가, 4일에는 민간 고용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나온다. 핵심은 5일 공개될 8월 비농업 고용보고서다. 노동시장이 예상보다 견조할 경우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폭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