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황준익 기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대교아파트가 여의도 재건축 단지 중 처음으로 정비사업 '8부 능선'으로 불리는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다음달 시공사를 선정하고 내년 하반기 이주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대교를 비롯해 여의도 재건축 단지들이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일부는 정비사업 방식 변경을 추진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대교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지난달 28일 영등포구청으로부터 재건축 사업시행인가를 취득했다. 지난해 1월 조합이 설립된 이후 19개월 만이다.
1975년 준공된 576가구 규모의 대교아파트는 재건축을 통해 지하 5층~지상 49층의 초고층 4개 동, 총 912가구로 탈바꿈한다.
주요 기부채납 시설인 복합문화체육센터는 연면적 1만1000㎡ 규모다. 25m 6레인 수영장, 골프연습장, 요가실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또 최상층에 한강 파노라마를 조망할 수 있는 옥상정원과 티하우스 등이 포함된 스카이 커뮤니티를 조성할 계획이다. 주차 공간은 총 1824면으로 가구당 약 2.0대 수준이 확보된다.
3.3㎡당 공사 예정가는 1120만원으로 여의도 내 단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조합이 고급화를 통해 재건축 이후의 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합은 오는 2일 입찰을 마감하고 다음달까지 시공사 선정을 마무리한다. 이어 내년 상반기 중 관리처분인가를 획득한 후 하반기부터 이주를 진행할 계획이다. 대교아파트 재건축에는 삼성물산과 롯데건설이 큰 관심을 보인다.
대교아파트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재건축 속도가 빠르고 조합원간 단합이 잘되는 단지는 공사비 회수도 빨라 욕심이 날 것"이라며 "대교를 수주하면 향후 시범, 삼부, 목화 등도 고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의도에서는 12개 단지가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비계획이 결정된 6개 단지 가운데 한양아파트는 사업시행인가를, 시범·공작·진주·수정아파트는 정비사업 통합심의를 준비하고 있다. 이중 한양·공작아파트는 시공사 선정까지 마쳤다. 한양은 현대건설, 공작은 대우건설이 수주했다.
여의도 재건축 사업에 속도가 붙고 있지만 신탁 방식으로 추진하던 일부 단지에서는 조합 방식으로 전환을 추진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수정아파트 소유주 일부는 지난달 8일 '조합직접설립 준비위원회'를 발족하고 조합 설립에 나섰다. 지난달 30일에는 아크로리버파크 조합장 출신인 한형기씨를 초청해 '조합 신탁 비교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수정아파트는 2017년 한국자산신탁과 계약을 맺었지만 지난 2월 계약을 해지했다. 이후 하나자산신탁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신탁사와 소유주 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KB부동산신탁이 시행사인 공작아파트의 경우 소유주들의 동의 없이 설계를 변경했다며 정비사업운영위원회 구성원 전원을 해임했다. 광장아파트(28번지)도 시행사인 한국자산신탁이 1300가구 이상의 설계안을 마련하자 소유주들은 가구 수가 너무 많이 증가하게 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소유주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탁 방식은 초기 자금 조달과 빠른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사업 추진 과정에서 소유주 의사 반영이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정비사업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지만 조합처럼 법적 기구는 아니다.
여의도의 한 공인중개사는 "여의도 재건축 단지들 대부분이 신탁 방식으로 추진 중인데 조합 방식인 대교아파트의 속도를 보고 주민들이 생각이 바뀌고 있다"며 "신탁 방식으로 추진하는 단지에서 시공사 선정 과정 등 소유주의 신뢰를 잃게 만드는 일들이 생겨 신탁과 조합 방식을 두고 고민하는 단지들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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