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과 첫 상견례 나선 이찬진 금감원장…감독 기조 가늠자 될까


28일, 이찬진 금융위원장-은행권 간담회
홍콩 ELS 과징금·LTV 담합 등 민감 현안 속 메시지 주목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은행장 간담회를 개최한다. /뉴시스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이찬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28일 은행권 최고경영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는다. 홍콩 H지수 파생결합증권(ELS) 과징금 부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담합 의혹, 생산적 금융 전환 요구 등 산적한 과제 속에서 이 원장이 내세울 메시지는 '소통과 소비자 보호'로 예상된다. 취임 후 첫 은행권 상견례가 향후 감독 방향을 읽을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찬진 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은행장 간담회를 개최한다. 이찬진 원장이 취임한 지 약 2주 만에 열리는 첫 업권별 간담회로, 은행권 CEO들과의 직접 소통 자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셈이다. 금융감독원이 은행권을 첫 순서로 택한 것은 가계부채 관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소비자 보호 등 현안이 은행을 중심으로 얽혀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간담회는 비공개로 진행되며 1시간 가량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간담회를 앞두고 은행권의 긴장감은 높아졌다. 하루 전인 27일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장들은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조찬 모임을 가졌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대책회의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은행장들은 이를 일축했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금감원장께서 어떤 말씀을 하실지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대책 회의를 하는 성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태영 농협은행장 역시 "정기적으로 갖는 식사 자리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은행장들이 경계하는 이유는 민감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우선 홍콩 H지수 연계 ELS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은 과징금을 판매 수수료가 아닌 '판매금액'을 기준으로 산정하기로 하면서 은행권 부담이 수조원대로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최대 8조원 이상 과징금 규모가 거론되며 업계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 4월 9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개최한 민생경제 및 은행권 경쟁력 제고를 위한 국민의힘-은행권 현장 간담회. (왼쪽부터)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이환주 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농협은행장. /이선영 기자

또 다른 뇌관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담합 의혹이다. KB·신한·하나·우리 은행이 수년간 대출 자료를 공유하며 사실상 담합을 했다는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를 진행 중이다. 과징금 규모는 1조~2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된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노란봉투법을 금융권이 어떻게 대응할지도 주요 이슈로 부상했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자의 단체교섭 및 쟁의 대응 범위를 원청까지 확장하고, 파업 시 손해배상 제한 등을 도입하는 내용이다. 은행권은 콜센터 등 하청업체에 대한 외주 비중이 매우 높아, 하청 근로자들이 법 시행 6개월 후 본청에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인력구조 전반에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콜센터 인력의 약 90% 이상이 외주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내부통제와 노동관계 대응 체계가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이 원장이 어떤 메시지를 낼지는 미지수지만 취임 직후부터 강조해온 기조는 분명하다. 그는 지난 14일 취임사에서 "모험자본 공급 확대를 위한 펀드 조성, 중소기업 상생지수 도입, 금융소비자 보호 실태 모니터링 강화"를 언급했다.

특히 '소비자 보호'는 부서별 업무 보고에서도 반복된 핵심 키워드였다. '편면적 구속력' 원칙 적용 여부도 관심사다. 편면적 구속력은 금융사와 금융 소비자 사이에 다툼이 생겼을 때 당국이 낸 조정안에 소비자가 동의하면 금융사는 무조건 이에 따르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은행권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주제일 수밖에 없지만, 동시에 이 원장이 소비자 친화적 리더십을 각인시키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또한 이 원장은 은행권에만 머무르지 않고 내달 1일 보험업계, 4일 저축은행, 8일 금융투자업계, 16일 여신업계 등 순차적으로 간담회를 이어간다.

첫 상견례는 단순한 인사 자리가 아니다. 은행권의 예민한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이 원장이 어떤 톤으로 첫 메시지를 낼지가 향후 감독 정책의 방향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단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취임 일성에서 강조한 소통과 균형형 리더십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될지, 금융권의 시선이 쏠려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와 내부통제 강화는 금융회사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필수적인 과제"라며 "다만 새로운 법·제도가 도입될 때 현장 상황과 업권 특성을 반영해 단계적으로 추진된다면 업계도 적극적으로 협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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