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공미나 기자] 서울의 대표적인 낙후 주거지들이 잇따라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랜 기간 사업 지연과 주민 반발로 난항을 겪던 지역들이 대규모 주거단지로 재탄생을 예고하며 서울 주택 공급난 완화에 보탬이 될 전망이다.
2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 30-3번지 일대 백사마을은 3178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로 재탄생한다. 서울시는 지난 21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백사마을 재개발사업 정비계획 변경안을 최종고시했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던 백사마을은 1960년대 후반 도심 개발이 진행되며 철거 이주민이 모이며 형성된 정착촌이다. 2009년 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으나 사업시행자 변경 등 여러 난관을 겪으며 16년간 재개발이 지연돼왔다.
이번 정비계획안에 따르면 백사마을은 용적률 223%를 적용해 지하 4층~지상 최고 35층, 25개동, 3178가구 규모의 공동주택 단지로 조성된다. 전체 공급물량 3178가구 중 분양 주택은 2613가구, 임대 주택은 565가구다. 분양 주택 중 1260가구는 기존 토지 등 소유자 몫이며, 일반분양 물량은 1353가구다.
백사마을 재개발사업을 위한 이주는 98% 이상 진행됐다. 올해 하반기 착공에 들어가 2029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한다.
백사마을 외에도 서울 곳곳에서 낙후 주거지 개발이 한창이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한 구룡마을은 3800여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탈바꿈한다. '서울 최대 규모 판자촌'으로 불리던 구룡마을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쫓겨난 철거민들이 자리잡고 살아가던 곳이다.
이 지역은 2012년 8월 처음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됐으나 개발 방식에 대한 견해차 등으로 사업에 난항을 겪었다. 이후 2016년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사업 시행자로 나서면서 도시개발구역으로 재지정됐고, 지난해 5월 개발계획 변경안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당시 용도지역 상향과 용적률 완화로 기존 2838가구에서 3520가구까지 늘렸고, 지난 3월 3800여가구로 규모가 추가 확대됐다. 이곳은 내년 말 착공해 2029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한다.
서초구 방배동 성뒤마을도 1600가구로 재개발된다. 성뒤마을은 1960~1970년대 강남 개발로 생긴 이주민이 우면산 자락에 정착해 만든 마을이다. 이곳은 공공주택단지(A1)와 민간주택단지로 나눠져 각각 900가구와 700가구가 들어선다. 착공은 내년 3월, 준공은 2029년 3월을 목표로 한다.
성북구 정릉동 757번지 일대 정릉골은 1411가구의 대규모 타운하우스 단지로 거듭난다. 정릉골은 1960~1970년대 서울 도심 개발로 밀려난 철거민들이 강제 이주해 만들어진 주거지다. 소설 '토지'를 쓴 소설가 박경리가 생전 거주한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처음 고층 아파트를 짓는 재개발을 추진했으나, 자연경관 보존을 위해 서울시가 최대 층수를 4층으로 제안하며 고급 타운하우스 건설로 방향을 틀었다.
정릉골은 조합 내부 갈등으로 인해 한동안 조합장 공백 사태를 겪으며 이주 및 착공이 지연됐다. 그러나 최근 법원이 조합장 해임 임시총회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을 인용하며 사업이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판자촌들이 서울 외곽이지만 입지 자체가 나쁘지 않은 편"며 "이 지역들에 대규모 신축 단지가 들어선다면 서울 주택 공급난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