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정산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과의 상견례를 앞둔 2금융권의 온도차가 뚜렷하다. 출발선에 선 은행권을 향해 상생금융 압박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저축은행권에 긴장감이 확산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권을 시작으로 내달 보험업권, 여신전문금융업권, 저축은행업권 주요 관계자들을 순차적으로 만난다. 업계에서는 각 업권별 주요 현안과 우선 과제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관측한다. 이 원장이 '실세 금감원장'으로 통하는 만큼 업권별로 첫번째 메시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통현안으로는 '상생금융'을 강조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임기 초기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고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이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금융권을 향해 "이자장사에 매달리지 말고, 투자 확대에 신경을 써달라"고 당부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전 금융권이 동참할 수 있는 만큼 전방위적인 상생금융 압박기조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올해 업황이 나빠진 2금융권 또한 예외는 아니다. 다만 카드사의 경우 보험사나 저축은행 대비 눈칫밥에서 벗어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의 존재감을 드러낸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업에 발벗고 나서면서다. 카드업계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이 '0'에 수렴한다고 입을 모은다. 일각에선 결제망 관리 일선에 있는 카드사가 서버 운영 비용을 부담하는 만큼 적자 우려도 있다.
이 밖에도 여신금융협회는 카드사와 함께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 촉진을 위해 추가 예산 25억원을 자체적으로 조성했다. 이달 소비쿠폰을 모두 소진한 31만명에게 최대 5만원의 혜택을 추가로 지급하겠다고 나섰다.
반면 저축은행은 다소 경직된 분위기다. 건전성 확보와 서민금융 공급이란 딜레마를 두고 3년째 씨름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 원장이 서민금융 공급 확대에 관한 메시지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경기도지사 시절 공을 들였던 '기본시리즈'의 일환으로 서민금융공급을 강조했던 바 있다. 중·저금래 대출 확대를 통해 불법사금융 척결의 청사진을 그린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저축은행은 중저신용자로 분류되는 서민금융 공급에 적극적으로 나서긴 어려운 상황이다. 당국 또한 저축은행권의 형편을 이해하고 있는 만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권 매각을 독려하는 선에서 그칠 가능성도 있다. 하반기 건전성 제고가 분수령이 되는 셈이다. 대형 저축은행의 경우 업권간 M&A(인수합병) 활성화 부담도 있다.
보험업권은 중립적인 상황이다. 상생금융 상품과 보험료 부담 완화를 주문하는 선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다. 단 보험업권별로 이 원장의 주문을 해결하는 것에는 험로가 예고된다. 올해 손보업계는 자동차보험료 손해율을 낮추기 위해 대체부품 우선제도 등 자구책을 내놓았지만, 소비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생보업계의 경우 지급여력비율(K-ICS) 개선이 숙제였지만 올 상반기 상당수의 보험사가 개선에 성공하면서 숙제를 풀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이 원장은 지난 20일 열린 첫번째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소비자 보호를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편의에 집중된 감독을 걱정하는 이유다. 다만 실용성을 중시하는 이 대통령의 인사특성상 시장에 충격을 줄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첫 만남인 만큼 모든 금융업권이 이 원장의 메시지에 집중하고 있고 시장도 적절한 반응을 내놓지 않을까 싶다"라며 "각 업권별 산적한 과제를 진맥하는 선에서 그칠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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