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으로부터 배를 구매하는 동시에 한국이 미국에서 선박을 건조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조선산업 협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한국과 비슷했다. 모두를 위해 배를 만들었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과 사람들은 조선업을 방치했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세계 대전 당시에는 하루에 한 척 배를 만들었으나, 현재는 많은 조선소가 방치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으로부터 배를 구매하고 동시에 한국이 자국민을 활용해 미국에서 선박을 건조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재선 성공 직후 한국 정부에 "미국 조선업이 한국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 앞으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길 원한다"라며 "선박 건조와 MRO(유지·보수·정비) 분야에서 협력하자"라고 말한 바 있다.

조선산업 협력 카드는 지난달 관세 협상에서 지렛대 역할을 했다. 한국 정부는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제안했고, 미국 정부는 호응했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은 선박 일부를 한국 업체로부터 구매하되 현지 건조도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마스가 프로젝트 밑그림에 관심이 쏠렸다. 당장 국내 조선사들이 현지 조선소를 인수하거나 새로 짓는 것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숙련된 인력 확보가 어렵다는 우려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마스가 프로젝트로 자칫 국내 조선 기술력이 미국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내 업체가 이익을 보기보다는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경계심도 일부 존재했다. 마스가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업계 관심이 쏠렸던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구매 방식을 언급하면서, 마스가 프로젝트 윤곽이 그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미국 해군 함정을 미국 내 조선소에서만 건조하도록 한 반스-톨레프슨법(Byrnes-Tollefson Act) 등 규제는 존재한다. 이에 강환석 방위사업청 차장은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제이슨 포터 해군성 차관보와 규제 완화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법 개정이 쉽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중국이 해군력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법 개정 등을 추진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법 개정 전까지는 한국에서 블록을 생산해 현지에서 최종 조립하는 방안 등도 언급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민을 활용해 현지에서 건조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한화그룹이 지난해 인수한 펜실베이니아주 필리조선소(현 한화필리십야드) 등에서 본격적인 선박 건조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자웅을 겨루는 HD현대도 현지 조선소 인수 등의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HD현대는 이날 서버러스 캐피탈, 한국산업은행과 '한미 조선산업 공동 투자 프로그램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HD현대가 앵커 투자자이자 기술자문사로, 서버러스 캐피탈이 투자 프로그램 운용사로, 산업은행이 한국 투자자 참여 구조를 설계하고 모집을 지원한다.

주요 투자 분야는 미국 조선소 인수·현대화와 공급망 강화를 위한 기자재 업체 투자, 자율운항·인공지능 등 첨단조선기술 개발 등이다. HD현대는 마스가 프로젝트 성공을 위한 첫 이정표라는 입장이다.

삼성중공업은 비거 마린그룹(Vigor Marine Group)과 '미국 해군 지원함 MRO 등에 관한 전략적 파트너십 MOU'을 체결했다. 비거 마린그룹은 미국 군함 유지보수 및 현대화, 특수임무용 선박 MRO 전문 조선사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등이 미국 해군 MRO 사업을 수주하며 한미 조선 협력 '선도 업체' 경쟁을 벌였다. 이에 삼성중공업 역할에도 관심이 쏠렸다. 삼성중공업이 이날 비거 마린그룹과 손을 잡으면서, 한미 조선 협력 대열에 합류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한화필리십야드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필리십야드 방문에는 JD 밴스 부통령이 동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한미 조선 협력에서 한화오션이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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