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황준익 기자]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국내 건설업계의 미국 원전 시장 진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양 측이 원전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면서다. 미국은 원전 용량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우리나라 건설사의 뛰어난 시공능력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 양국은 2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 소재 호텔에서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을 주제로 열린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조선, 원자력, 항공, 액화천연가스(LNG), 핵심 광물 등 분야에서 총 11건의 계약 및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원전 분야의 경우 4건의 MOU가 체결됐다. 한국수력원자력, 두산에너빌리티, 엑스-에너지,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소형모듈원자로(SMR)의 설계, 건설, 운영, 공급망 구축, 투자 및 시장확대 협력에 관한 4자 간 MOU를 맺었다. 엑스-에너지는 뉴스케일, 테라파워와 함께 미국의 3대 SMR 기업이다.
또 두산에너빌리티와 미국 민간 에너지 개발사업자 페르미 아메리카는 미국 텍사스주에 추진 중인 '인공지능(AI) 캠퍼스 프로젝트'에 공급할 대형 원전과 SMR 기자재 관련 포괄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페르미 아메리카는 지난달 31일 현대건설과 이 프로젝트의 기획, 설계, 설계·조달·시공(EPC) 계약 추진 등에 협력하는 내용의 MOU를 맺었다.
한수원·삼성물산과 페르미 아메리카는 AI 캠퍼스 프로젝트의 건설 등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한 협력 MOU도 체결했다. 한수원은 미국의 핵연료와 서비스 공급사인 센트루스와 우라늄 농축 투자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와 농축우라늄 공급물량 확대 계약을 체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차세대 원전 분야의 협력을 늘리는 일과 SMR 개발 및 상용화로 AI 시대의 전력 수요를 충당하고 에너지 안보를 확충하는 일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원전 르네상스'를 선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2030년까지 1000MW급 신규 대형 원자로 10기를 건설하고 2050년까지 원전 용량을 현재 100GW에서 400GW로 4배 확대하는 행정명령에 사인했다. 향후 25년간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건설업계는 우리나라 건설사가 미국 원전 확대를 위한 최적의 파트너라고 입을 모은다. 미국은 1979년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이후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했다. 미국 대표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는 설계 및 원 기술에만 강점이 있다. 건설 능력은 떨어진다는 평가다. 대규모로 원전 건설을 하려면 시공, 기자재 조달, 운영 과정을 주도할 사업 파트너가 필요하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는 시공능력이 뛰어난 한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희망한다는 뜻을 우리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건설사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조달, 시공 등 EPC 전반을 아우르는 원전 건설 경험을 쌓았다.
현대건설의 경우 2009년 한국전력공사 등과 20조원 규모의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을 수주해 한국 최초로 원전을 수출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웨스팅하우스와의 컨소시엄을 통해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대형원전 신규 건설공사를 수주했다.
미국 원전 사업에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현재 웨스팅하우스, 홀텍 등 미국의 원전 기업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2022년 웨스팅하우스와 전략적 협약을 맺은 이후 코즐로두이 원전 수주에 이어 핀란드, 슬로베니아, 스웨덴 등으로 진출 시장을 넓혀나가고 있다. 홀텍과는 미국 펠리세이드 원전 부지에 첫 SMR 건설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대우건설은 1991년 월성 원자력발전소 3,4호기 주설비공사를 시작으로 국내 최초의 해외수출인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경주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기장 수출용 신형 연구로 건설 등 현재까지 약 30여개의 원자력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해오고 있다. 대우건설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주도의 '팀코리아' 멤버로 지난 6월 계약을 체결한 체코 두코파니 원전 사업의 시공사로 참여한다.
삼성물산 역시 글로벌 SMR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 4월 루마니아 원전 1호기 설비 개선 프로젝트를 수주했고 스웨덴, 에스토니아에서 SMR 사업 확장에 나서는 등 대형 원전과 SMR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건설사는 설계, 시공, 유지보수, 해체에 이르는 원자력 전 분야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며 "미국 시장 진출 길이 열리면 건설사 해외 수주액도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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