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이재용·최태원 등 재계 총수, '209兆 대미 투자' 지원 사격


한미 정상회담 종료 후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진행
류진 한경협 회장 "韓 기업들, 1500억달러 대미 투자"

구자은 LS그룹 회장(왼쪽부터), 김상현 롯데 부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루벤스타인 칼라일그룹 회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 류진 한경협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 경제사절단이 26일 미국 워싱턴DC 윌러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경협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이 종료됐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국내 대표 재계 총수들이 총출동해 비즈니스 외교를 함께 펼쳤다. 특히 1500억달러(약 209조원) 규모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한미 경제 협력을 위한 지원 사격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26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관세 협상 후속 조처와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한 안보·경제 협력 방안, 북한 문제 등을 폭넓게 논의했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은 2시간 20분가량 이어져 이날 오전 4시쯤 종료됐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든든한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성장, 발전해 왔다. 앞으로도 한미 동맹을 군사 분야뿐만 아니라 경제 등 다른 분야로 확장해서 미래형으로 발전시켰으면 좋겠다"며 "(미국이) 조선 분야뿐 아니라 제조업 분야에서도 르네상스가 이뤄지고 있다. 그 과정에 대한민국도 함께하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이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일정에는 재계 총수들이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했다. 재계 총수 모두 국내 주력 산업을 대표하는 동시에, 미국 현지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기업인들이다. 재계 총수들은 지난달 관세 협상 때부터 정부와 '원팀'으로 움직이며 실질적인 성과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은 정상회담이 끝난 후 윌러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 참석했다. 경제사절단 주관 단체인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의 류진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김상현 롯데 부회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 등 총 16명이 자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뉴시스

미국 측에서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그룹 공동 회장, 게리 디커슨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CEO, 라이너 블레어 다나허그룹 회장뿐만 아니라 구글·IBM·보잉·록히드마틴·오픈AI·GE·GM 등 글로벌 기업의 최고위급 인사 21명이 참석했다.

이날 재계 총수들은 미국 기업인들과 현지 제조업 르네상스를 열기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1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공식화하기도 했다.

류진 회장은 재계 대표 발언을 통해 "한국 기업들은 미국과 글로벌 시장을 함께 견인하며 제조업 르네상스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해 1500억달러의 대규모 대미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며 "AI·반도체·바이오 등 첨단산업부터 조선·원자력 등 전략산업, 그리고 공급망과 인재 육성에 이르기까지 한국과 미국이 함께한다면, 제조업의 새로운 황금시대를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의 혁신 역량에 한국의 높은 제조 기술이 결합되면, 양국은 최상의 시너지를 만드는 파트너가 될 것"이라며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은 단순히 생산시설 확대를 넘어, 공급망과 기술을 공유하는 큰 틀의 상생 협력을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행사에는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하워드 루트닉 미 상무부 장관 등 양국 정부 고위급 인사도 참석했다. 주요 인사들은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을 주제로 첨단·전략산업 중심의 협력 강화에 대해 양국 기업인들과 함께 심도 있는 논의를 이어갔다.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참석자들은 첨단산업(반도체·AI·바이오 등), 전략산업(조선·원전 및 에너지·방산 등), 공급망(모빌리티·배터리·핵심 소재 등) 3대 분야를 중심으로 의견을 교환했다. 이들은 한미 협력이 그동안 양국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는 점에 공감하며, 새로운 시대를 맞아 한미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 것을 다짐했다.

또한, AI 시대에 새롭게 떠오르는 에너지 문제의 해결과 AI를 활용한 제조업 첨단화 등을 논의했다. 방산·우주 분야에서의 새로운 협력 아젠다도 모색했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공동 R&D와 기술 협력의 이니셔티브 제안 등의 포부를 밝혔다.

핵심 협력 산업으로 꼽히는 조선업 분야에서는 양국 간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갈 것이라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참석자들은 미국 정부가 조선업 재건을 핵심 정책 과제로 내세운 상황에서, 미국의 우방국이자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경쟁력을 갖춘 한국이야말로 최적의 파트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앞으로 양국의 조선업 발전을 위해 다양한 협력 사업을 추진하기로 약속했다. 조선업을 비롯한 첨단·전략산업 분야 전반에서 핵심 원천 기술을 가진 미국과 제조 역량을 가진 한국의 협력은 양국 안보는 물론 국제사회 질서의 안정에도 직결되는 핵심 과제라는 것에 대해 인식을 같이했다.

이 외에도 한국의 신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고속도로 등 에너지 전환과 핵심 광물 조달 등 공급망 분야에서의 협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양국의 비즈니스 환경 개선을 위한 상호 간 조언도 이뤄졌다.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직후 양측은 조선·원자력·항공·LNG·핵심광물 분야에서 총 11건의 계약 및 MOU를 체결했다. 미국과 수십억달러 규모의 조선업 투자펀드 조성, 362억달러(약 50조원) 규모의 고효율 항공기 구매, 330만톤(t) 규모의 중장기 LNG 도입 등의 내용이다.

이 대통령은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제조업 르네상스를 위해 조선·원전 등 전략산업, 반도체·AI·바이오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양국 협력을 고도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는 동시에 양국 간 전략적 투자·구매를 통해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자"고 말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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