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교통사고 경상환자의 치료 기간을 8주로 제한하는 내용의 '자동차 손해배상 보장법 시행 규칙' 개정안과 관련해 보험업계가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경상환자와 향후치료 관련 비용이 급증하는 가운데, 과실책임주의 도입과 향후치료비 지급 기준 마련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연구원은 최근 '자동차보험 환자 과잉진료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정책토론회 개최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차보험 경상환자의 실질 치료비와 향후치료비 모두 지난 10년간 가파르게 증가했으며, 특히 향후치료비 지급 기준이 마련될 경우 보험료가 최소 5% 이상 인하될 수 있다.
경상환자의 평균 치료비는 2013년 18만7000원에서 2022년 83만9000원으로 4.8배 급증했으며, 같은 기간 향후치료비도 38만8000원에서 93만6000원으로 2.4배 늘었다.
향후치료비는 교통사고 피해자의 추가 치료 가능성을 이유로 보험사가 합의금 형태로 선지급하는 비용이다.
문제는 향후치료비가 실제 치료비보다 훨씬 높다는데 있다. 경상환자의 경우 치료비 100원이 지출되면 향후치료비는 123원이 추가로 붙는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중상해 환자의 오히려 향후치료비 비율은 36~81% 수준에 그친다.
보험연구원은 경상환자 과잉진료의 중심에 한방병원이 있다고 지목했다. 지난 2023년 기준 비(非)한방 환자의 1인당 치료비는 약 30만원에 불과했지만, 한방을 이용한 환자는 120만원으로 4배 높았다.
보험연구원의 정책토론은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자배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한 당위성을 강조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개정안은 이른바 '나이롱 환자'를 방지하기 위해 경상환자의 치료 기간을 8주로 제한하고, 이를 초과하면 공적심의기구 심사를 거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와 관련해 한의학계와 소비자단체는 반발하고 있다. 소비자의 치료받을 권한과 선택권을 침해하고, 한의학 전문 분야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한의학계는 개정안에 명시된 8주라는 기간과 관련해선 명확한 이유가 없다고 지적한다. 특히, 환자 개인마다 치료 경과 등의 필요 시간이 다 다르기에, 일률적인 기간을 명시해 두면 환자의 부담이 커지고 진료를 기피하는 등의 문제가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한다.
소비자단체 역시 취지를 존중하면서도 소비자의 권익도 챙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8주 이후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경우, 절차상의 번거로움으로 치료가 필요해도 안 받는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손보업계는 과잉진료 근절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대형 4개사의 7월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평균 92.1%로 전년 동기 대비 10.1%p 높았다. 집계가 시작된 2021년 이후 7월 기준으로 손해율이 90%대를 나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반적으로 차보험의 경우 80% 이상이면 적자로 본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차보험 손해율은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더 높게 나타난다"면서 "경상환자 치료비와 향후치료비가 차보험 손해율에 끼치는 영향이 큰만큼, 조속히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다음달께 대국민 토론회를 열어 자배법 개정안과 관련한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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