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블라인드 채용, 뭐부터 준비해야 할까"…2금융 업권별 필요 역량은?


보험사, 직무별 역량 우선 검토…금융협회, 소통 능력 요구
블라인드 채용 대세…자소서와 면접이 당락 '분수령'

2025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 참가자들이 부스를 방문하고 있다. /김정산 기자

[더팩트ㅣ동대문=김정산 기자] "홈페이지에 나온 인재상을 외워 가는 것이 정말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블라인드 채용이라는 제도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감을 잡기 어렵습니다. 오늘 박람회를 통해 온라인에서는 찾기 힘든 답을 얻고 싶습니다."

20일 열린 ‘2025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에 참석한 최 모씨는 3년째 이어지는 취업 준비 과정에서 느낀 어려움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그룹 스터디를 통해 각 사별 인재상을 분석하고 자기소개서를 작성해도, 구체적인 방향을 잡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 씨와 같이 구직자들은 블라인드 채용을 두고 취업 준비에 혼선을 겪고 있었다. 과거 취업의 필수 조건으로 여겨졌던 출신 대학, 어학 성적, 봉사활동 경력 등은 이제 평가 요소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과거 스펙을 완전히 배제하고 면접과 자기소개서 준비에만 집중하기엔 불안감이 크다.

여신금융협회는 채용 절차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모범규준에 '지원자의 성별, 연령, 출신학교, 출신지, 신체조건(장애여부 포함) 등 지원자의 역량과 무관한 요소를 이유로 차별을 금지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많은 카드사와 캐피탈사가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채택하는 이유다.

일부 카드사는 서류뿐 아니라 면접 평가까지 블라인드로 진행한다. 채용 기준은 '회사에 적합한 인재'로 통일된다. 구직자들은 지원 업권 관련 지식은 물론, 직장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회사별 내부 분위기까지 파악해야 한다고 토로한다. 공정한 채용과 지원자의 역량을 균형 있게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재관 KB국민카드 사장(왼쪽 다섯번째)이 KB국민카드 부스에 방문해 직원을 격려하고 있다./ 김정산 기자

◆ 카드사, 소비 흐름 파악하고 '걸쳐 핏(Culture Fit)' 맞춰야

박람회에는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 등 주요 카드사 8곳이 참여했다. 행사장에서는 김재관 KB국민카드 사장을 비롯해 박창훈 신한카드 사장, 조좌진 롯데카드 사장, 성영수 하나카드 사장이 부스를 방문하며 구직자들의 열정을 직접 확인했다.

카드사 인사 관계자는 올해 채용 규모가 지난해 수준과 비슷할 것으로 내다봤다. 상·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총 50~60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최근 업황이 다소 둔화했지만, 신규 직원의 아이디어와 열정을 장기적으로 수혈하겠다는 방침이다.

담당자들은 카드사 취업에서 가장 중요한 준비물로 자기소개서를 꼽았다. 블라인드 채용을 채택한 만큼 조직 적응력과 융합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평가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권에서도 소비 밀접 업종인 카드사는 시시각각 변하는 소비 트렌드를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면접관에게 보여야 한다. 스펙보다는 경험과 기업 트렌드 분석, 미래 방향 제시 능력이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금융 관련 시사상식은 필수다. 현대카드는 시사 이슈와 논술시험, 과제형 면접을 통해 채용을 진행한다. 면접자는 직접 사업 계획을 구상해 발표하며, 금융업권의 변화를 반영한 합리적인 제안을 내놓는 것이 관건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블라인드 면접을 통해 역량을 검증하고 있다. 성별, 나이, 학력 등 스펙 요소로 당락을 결정하지 않기 때문에 철저한 면접 준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은행부스 모의 면접에 합격하면 실제 공개채용에서 서류 전형을 면제해준다. /김정산 기자

◆ 보험사, 직무별 역량 우선 검토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는 총 19곳이 박람회에 참가했다. 보험사는 금융권에서도 직무가 다양하고 인사를 까다롭게 검토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들은 직무별 역량을 우선순위에 두고 평가하겠다는 입장이다. 보험계리사나 손해사정사, 자산운용, 개발, 보험지원 등 자신이 준비하고 있는 영역에서 역량을 입증할 방법을 구상하고 자소서에 담아내야 한다.

공통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은 회사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인재상을 파악하고, 이를 자기 경험과 연결해 설명하는 것이다. 생명보험사는 사별 주력 상품이 다르기 때문에 특성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비록 면접자가 인재상에 정확히 부합하지 않더라도, 기업 이해도와 준비 노력 자체가 평가 척도로 작용한다.

보험사 관계자는 "특정 인재상을 정해 채용하지 않고, 직무별 전문성과 끈기, 성실함을 중요시한다"고 설명했다.

◆ 금융협회, 소통 능력 요구

금융회사뿐 아니라 업권별 금융협회도 구직자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다. 협회는 정기적인 지점 발령이 없고, 영업 부담에서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블라인드 채용이 대세이며, 소통 능력을 가장 중요시한다.

일선 금융회사와는 달리 소통능력을 가장 우선시 본다. 협회와 금융당국을 조율하며 업권 애로사항을 이해하고 합리적 대안을 제시할 역량이 요구된다.

업권에 관한 지식을 정부 정책에 대입해 전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모든 직원이 직군별 필요 역량은 물론 대관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협회가 올해 상반기 채용을 마친만큼 다음 채용 기회는 내년 상반기가 될 예정이다.

금융협회 관계자는 "영업과 실접 압박이 없다는 점이 협회가 가지는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안정적인 금융권 취업 고민하고 있다면 협회 또한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kimsam1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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