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인데 수의계약이라니"…2구역 시공사 선정 놓고 잡음


현대건설과 수의계약 유력하자
일부 조합원 "단독 계약 철저히 배격" 호소
시공사 선정 중단 가처분 신청도…"경쟁 입찰 제한"

압구정2구역 재건축 조합은 최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재공고를 냈다. 현장설명회는 오는 20일 열리며 입찰 마감임은 10월 10일이다. /황준익 기자

[더팩트|황준익 기자] 공사비 2조7000억원에 달하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2구역 재건축 사업의 시공사 선정을 놓고 잡음이 나오고 있다. 현대건설과의 수의계약이 유력해지자 올해 최대 정비사업지로 꼽히는 만큼 경쟁 입찰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조합원들의 목소리가 크다. 일부 조합원들은 시공사 선정 절차 중지를 요구하는 가처분까지 신청했다.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압구정2구역 재건축 조합은 최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재공고를 냈다. 현장설명회는 오는 20일 열리며 입찰 마감임은 10월 10일이다. 입찰보증금은 1000억원으로 전액 현금 납부다.

앞서 지난 11일 마감된 1차 입찰에는 현대건설이 단독 입찰하며 유찰됐다. 이번 시공사 선정에도 경쟁 입찰에 성사되지 않으면 조합은 현대건설과 수의계약을 진행할 수 있다.

압구정은 6개 아파트지구 특별계획구역으로 나뉘어 재건축을 진행 중이다. 6개 구역 중 가장 사업 속도가 빠른 2구역(신현대 9·11·12차)은 재건축을 통해 최고 65층, 14개 동, 2571가구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한강변 단지와 압구정역 초역세권으로 압구정에서 입지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초 압구정2구역은 삼성물산도 입찰을 검토했지만 조합의 까다로운 입찰 조건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압구정2구역 조합은 지난 6월 대의원회의에서 △대안설계 범위 대폭 제한 △모든 금리 CD+가산금리 형태로만 제시 △이주비 LTV 100% 이상 제안 불가 △추가이주비 금리 제안 불가 △기타 금융기법 등 활용 제안 불가 등 이례적인 입찰 지침을 통과시켰다.

삼성물산은 "대안설계 및 금융조건 제한으로 인해 당사가 준비한 사항들을 제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업계 1, 2위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경쟁을 기대했던 조합원들은 조합을 향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조합원들은 최근 '뜻을 같이하는 압구정2구역 조합원 일동' 명의로 호소문을 내고 "압구정2구역같이 사업성이 좋은 지역에 시공사 단독 수의계약을 철저히 배격한다"며 "향후 시공사 선정시 인근 타구역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조건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업계나 언론에서조차 이례적이라고 여긴 조합의 입찰 지침으로 인해 현대건설 단독 수주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치열한 경쟁을 통한 조합원들의 이익 극대화에 부합되지 않는 우려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조합에 경쟁을 통한 시공사 선정으로 조합원 이익 도모와 자산 가치상승을 요청했다. 일부 조합원들은 지난 12일 시공사 선정 입찰 계획의 효력이 없다는 취지로 가처분을 신청했다. 조합의 입찰 조건이 시공사들의 경쟁을 제한했다는 주장이다.

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장은 "압구정2구역 조합이 사업 속도에 방점을 찍었는데 방향이 아쉽다"며 "충분히 경쟁 입찰까지 갈 수 있는 상황에서 스스로 경쟁력을 깎았다"고 지적했다.

강남구 개포우성4차는 조합장이 직까지 걸고 삼성물산, 현대건설의 참여를 공언하며 입찰 재공고를 검토하고 나섰다. /황준익 기자

압구정2구역처럼 서울 핵심 사업장도 경쟁 입찰이 어려워지자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서초구 방배신삼호아파트는 시공사 선정이 최종 유찰됐다. 조합은 지난달 26일 총회를 열고 HDC현대산업개발을 시공사로 선정하는 투표를 진행했다. 그 결과 총 410표 중 찬성 177표, 반대 228표, 기권 및 무효 5표로 부결됐다.

조합은 두 차례의 시공사 선정 경쟁 입찰이 유찰된 이후 수의계약으로 전환하고 HDC현대산업개발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한 바 있다. 하지만 비대위를 중심으로 조합의 경쟁 입찰 방해 주장과 삼성물산 참여설이 제기되면서 조합 내 갈등이 격화됐고 결국 3기 조합장은 해임됐다. 이번 시공사 선정 무산으로 재건축 사업이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강남구 개포우성4차는 조합장이 직까지 걸고 삼성물산, 현대건설의 참여를 공언하며 입찰 재공고를 검토하고 나섰다. 애초 개포우성4차는 삼성물산, 롯데건설, 포스코이앤씨 3파전이 유력했던 곳이다. 하지만 관심을 보이던 삼성물산이 발을 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이 '면허 취소'까지 언급한 포스코이앤씨가 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면 롯데건설의 단독 입찰 가능성이 크다. 결국 조합은 다음달로 예정된 입찰 마감을 취소하고 입찰 공고를 다시 올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조합 입장에서는 많은 건설사가 입찰에 참여하는 게 좋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며 "조합원들은 재건축 사업성이 좋은 만큼 일정을 미뤄서라도 경쟁 입찰 유치를 주장하지만 재건축은 앞으로 규제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핵심은 속도인데 늦어질수록 손해"라고 말했다.

plusi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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