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소현 기자] 삼성전자가 애플과의 대규모 수주 계약을 체결하며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시스템LSI사업부가 설계한 이미지센서(CIS)를 파운드리사업부가 생산해 아이폰에 공급할 예정으로, 테슬라에 이은 글로벌 고객사 확보 성과에 업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에서 애플의 차세대 칩을 생산할 예정이다. 애플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삼성과 협력해 전 세계 어디에서도 사용된 적 없는 칩 제조를 위한 혁신적인 신기술을 개발 중"이라며 협업 사실을 공식화했다.
이어 "이 기술은 미국에 먼저 도입되며,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이 전 세계에 출하되는 아이폰을 포함해 애플 제품의 전력과 성능을 최적화하는 칩을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은 14나노미터(㎚) 반도체를 주로 생산하는 삼성전자의 유일한 미국 반도체 공장으로, 1998년 설립됐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발표와 관련해 고객사 및 개별 프로젝트에 대한 언급은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이번 협업을 통해 생산되는 칩을 CIS로 보고 있다. CIS는 빛을 전기 신호로 변환해 디지털 이미지를 구현하는 반도체로, 스마트폰 카메라의 핵심 부품이다.
삼성전자가 애플에 CIS를 공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삼성은 애플에 메모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패널을 공급해왔으며, 과거에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위탁 생산한 바 있다. 애플은 그동안 일본 소니로부터 CIS를 전량 조달해왔지만, 미국 내 생산 확대와 기술 다변화를 위해 삼성과 손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2억 화소 이상 초고화질 CIS 시장을 선도하며, 갤럭시 시리즈를 비롯해 샤오미, 비보, 모토로라 등 다양한 스마트폰 제조사에 센서를 공급해왔다. 여기에 애플이라는 초대형 고객사를 확보하며 CIS 시장 확대의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업계는 이번 수주를 계기로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반등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스템LSI사업부는 모바일 AP '엑시노스' 채택률 저조와 이미지센서 부문의 점유율 정체로 고전해왔고, 파운드리사업부 역시 수율 문제와 수주 감소 등으로 실적 부진이 이어져 왔다. 증권가에서는 두 사업부의 올해 2분기 영업손실이 2조원 후반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최근 테슬라에 이어 애플까지 연이어 대형 수주를 따내면서 반전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테슬라와 23조원 규모의 차량용 AI 반도체칩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오는 2033년까지 2나노 공정을 기반으로 테슬라의 AI칩 'AI6'을 생산할 예정이다.
글로벌 고객사와의 잇단 협력은 기술력에 대한 신뢰 회복과 함께, 미 현지 생산 확대 및 공급망 재편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파운드리 부문은 엑시노스 2600의 갤럭시S26 탑재 가능성 확대와 23조원 규모의 테슬라 신규 수주를 계기로 중장기 실적 턴어라운드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특히 파운드리 사업의 테슬라 신규 수주는 글로벌 빅테크의 강력한 레퍼런스를 확보한 동시에 북미 빅테크로의 고객 기반 다변화 및 미 현지 투자 확대 계기로 작용해 향후 트럼프 관세 정책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16분 기준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2.03% 오른 7만200원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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