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글로벌 벤처펀드 기관이 기후테크 육성으로 글로벌 탄소중립 미래 지도를 그리는 가운데 한국도 관련 스타트업 육성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빌 게이츠가 설립한 벤처캐피탈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BEV)가 투자한 약 110개 사 중 20개 사를 선정해 차세대 기술 흐름과 시사점을 제시한 '빌 게이츠 Pick(픽) 기후테크 스타트업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경협은 운송 분야에서 눈에 띄는 기업으로 하이브리드 항공기(일반연료·배터리 결합) 개발 기업 하트 에어로스페이스를 언급했다. 해당 항공기는 최대 200km까지 순수 전기만으로 비행할 수 있는 30인승 항공기다.
25명이 탑승하면 하이브리드 모드로 최대 800km까지 비행할 수 있다. 필요한 활주로가 짧고 낮은 소음으로 도심 인근 공항에서 활용도가 높다는 평가가 있다. 지난해 1억700만달러 규모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플릿제로는 전기 배터리 기반 해상 운송 선박을 개발해 화석 연료를 대체하고 있다. 블루월드테크놀로지스는 메탄올 연료전지 기반 해상용 발전 시스템을 상용화하고 있다.
한경협은 기후테크가 실험실을 넘어 산업 현장 적용이 가능한 수준으로 진화한다고 진단했다. 대표 사례로 언급한 안토라에너지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출신 연구진이 설립한 열 배터리 개발 스타트업이다.
안토라에너지는 재생에너지를 열로 변환해 고체 탄소 블록에 저장하고 필요하면 다시 전기나 열로 사용하는 열 배터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과잉 생산된 재생에너지가 폐기되는 문제를 해결하고 고온이 필요한 중공업 열원을 화석연료 없이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열 배터리는 기존 축열재보다 비열이 30~70% 높아 재료 질량당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 섭씨 3600℃에서도 고체 형태를 유지할 수 있고 가격이 저렴하며 열전동성, 열 충격 저항, 강도 등이 우수하다.
안토라에너지는 해당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기준 약 1억5000만달러 투자를 유치했다. TIME 2023년 최고의 발명과 Fast Company 2023 세계를 바꾸는 아이디어 등에 선정되기도 했다.
보스턴메탈은 전기를 활용해 철광석을 환원하는 무탄소 제철 공정을, 브림스톤과 에코셈은 석회석 대신 규산염이나 대체 재료를 활용해 탄소 배출이 거의 없는 시멘트를 개발 중이다. 디옥시클은 이산화탄소를 전기분해해 에틸렌을 생산한 기술에 주목한다.
기후테크가 단순한 탄소 감축을 넘어 자원 활용 방식 자체를 바꾸는 혁신으로 확장된다는 진단도 있다. 갈리는 면화 식물 세포를 바이오리액터에서 배양해 세포 배양 면화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환경 부담을 줄이면서 윤리 문제도 개선할 수 있다는 평가가 있다.
44.01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해수와 함께 지하 암석(감람암)에 주입해 고체 탄산염으로 전환·저장하는 탄소광물화 기술을 개발했다. 자연적으로 수천년이 걸리는 탄소 고정 과정을 1년 내외로 단축할 수 있어 안전한 탄소 제거 수단으로 꼽힌다.
한경협은 "증기기관 개발에서 비롯된 산업혁명처럼 기후 위기 대응에 있어 퀀텀 점프를 달성할 수 있는 기술개발이 중요하다"라며 "빌 게이츠 기후테크 투자 사례처럼 한국도 유망한 기후테크 스타트업 육성이 시급하다"라고 주장했다.
한경협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자문단 자문위원인 민배현 이화여대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 등이 주목하는 기후테크 분야에서 한국 산업 현주소와 기대효과를 정량화해 국내 투자 의욕을 촉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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