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성은 기자] 지사제 '정로환' 등으로 알려진 동성제약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잇따른 부도를 맞고 있다. 오는 13일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을 앞둔 가운데 경영진 교체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성제약은 지난달 30일 기업은행 방학동 지점에서 발행한 만기도래어음 8억원이 결제 미이행으로 부도처리됐다. 동성제약은 지난 6월23일 서울회생법원의 회생절차개시 결정으로 법원의 허가 없이 채무연장이나 변제를 할 수 없다. 이로써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지난 5월7일 이후 최근 석달간 15차례 부도를 맞은 셈이다. 누적 금액은 60억원에 달한다.
동성제약의 경영 위기는 이양구 전 회장과 나원균 대표간의 경영권 분쟁으로 초래됐다는 분석이다. 이 전 회장은 창업주 고 이선규 전 회장의 장남이며 나 대표는 이 전 회장의 조카다. 2001년 취임한 이 전 회장은 23년간 회사를 이끌었고 지난해 10월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4월 돌연 보유하던 지분 14.12%를 브랜드리팩터링에 매각하며 경영 복귀를 시도했다.
이후 나 대표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자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 경영권 변동 등 주주 권리 행사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이에 이 전 회장과 브랜드리팩터링 측은 나 대표 등 현 경영진을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하며 갈등이 격화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동성제약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이 고질적인 적자 구조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성제약은 2018년 매출 919억원, 영업손실 18억원으로 적자 전환한 뒤 2019년 75억원, 2020년 37억원, 2021년 53억원, 2022년 3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가 이어졌다. 2023년 잠시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나 이듬해인 2024년 65억원의 영업손실로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적자의 배경으로는 매출 정체 속 비용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꼽힌다. 동성제약 매출 규모는 2018년 이후 900억 안팎에 머무르고 있으나 고정비 성격의 판매관리비(판관비) 비율이 매출총이익 대비 100%를 웃돈다. 2024년 매출총이익은 388억원인데 반해 판관비는 454억원으로 117.0%였다. 2023년 98.6%, 2022년 107.4%, 2021년 115.8%로, 높은 판관비 비율 구조가 고착화돼있다. 제약사들의 일반적인 판관비 비율은 40~70% 수준이다.
이 전 회장 책임론도 제기된다. 이 전 회장은 차명으로 소유한 협력사를 통해 원부자재를 고가에 구매해 원가율을 끌어올렸다는 의혹을 받는다. 동성제약의 매출원가율은 지난해 기준 56% 수준으로, 동성제약과 비슷한 매출 규모의 중견 제약사들과 비교했을 때 다소 높은 편이다. 이 전 회장은 지난 2018년 리베이트 논란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 판결로 동성제약의 지배주주 등급은 D 등급으로 강등되기도 하는 등 동성제약은 큰 타격을 입었다.
업계 관계자는 "동성제약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하면서 기업 실익보다 오너 간 갈등이 경영을 지배한 모습"이라며 "기업회생절차와 법적 공방, 연이은 부도 등으로 복합적인 위기에 접어든 상태"라고 봤다. 그러면서 "회생 계획과 내부 정비가 시급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