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산업협회장 맡은 박진선 샘표 대표…간장업계는 시큰둥 왜?


협회 역사상 첫 선출직, 3년 임기 시작
수출·산재예방 지원 등 공약…제도 개편도 촉각

박진선 샘표식품 대표가 한국식품산업협회 제23대 회장으로 선출된 가운데 식품업계를 대표해 맡을 역할이 주목된다. /한국식품산업협회

[더팩트|우지수 기자] 박진선 샘표식품 대표이사가 한국식품산업협회 제23대 신임 회장으로 선출되면서 앞으로 3년간 식품업계에서 맡게 될 역할이 주목된다. 장류업계 일각에서 우려했던 간장 분류제도 개편 전망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달 31일 열린 한국식품산업협회 제2차 임시총회에서 총 130개 회원사가 박진선 후보의 회장 선임에 찬성표를 던졌다. 투표를 통해 회장직이 선출된 것은 협회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협회장직은 추대 형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올해는 박진선 대표와 황종현 SPC삼립 대표 간 경쟁 구도가 형성되며 경선이 논의됐다. 이후 황 대표의 출마 철회로 박 대표가 단독 후보로 나섰다.

한국식품산업협회는 지난 1969년 창립한 단체다. 현재 192개사가 회원으로 가입돼 있으며 협회는 정책 대응과 정부 협의 창구, 수출 촉진 지원, 식품안전 제도 개선 등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업무를 수행한다. 회장 임기는 3년이며 1회 연임이 가능하다. 박 신임 회장의 부친인 고(故) 박승복 선대 회장도 과거 식품산업협회의 전신인 한국식품공업협회장을 역임해 첫 식품협회 부자(父子) 회장 기록도 세워졌다.

박 회장은 출마 공약으로 △이사회에 대한 중견 중소기업 참여 확대 △수출 기업 어려움 개선 △회원사 소통 강화 △산업재해 및 공장 위기 등에 대한 영세 회원사 어려움 지원 등을 제시했다. 그는 이날 취임사에서 "K-푸드를 중심으로 해외에서 식품산업의 외형이 확대되고 있다"며 "식품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회원사의 동반자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다만 장류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회장 후보로 거론될 당시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업계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간장 표시제 개정 논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샘표는 산분해간장 원액과 양조간장을 혼합한 혼합간장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이다. 여기에 쓰이는 산분해간장에 대한 기업간 의견차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산분해간장은 탈지대두를 염산으로 분해한 뒤 이를 중화해 제조하는 방식의 간장이다. 단기간에 대량 생산이 가능해 비교적 가격이 싸고 생산 효율이 높다. 전통 방식 간장과는 달리 발효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일부 장류 단체는 산분해간장과 전통 발효간장을 구별할 수 있는 표시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산분해간장, 혼합간장을 생산하는 일부 업체들은 소비자 혼란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장류 유형을 통합하는 '장류산업진흥법' 제정이나 혼합간장, 양조간장 등의 구분 없이 모두 '간장'으로 표시하는 식품공전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 간 의견차가 있는 만큼 박 회장이 어떤 조정 역할을 해나갈지도 주목된다.

이와 관련, 샘표 관계자는 "박진선 회장은 협회가 특정 기업이나 사안을 중심으로 운영돼선 안 된다는 점을 일관되게 강조해 왔다"며 "한국식품산업협회의 공공성과 대표성을 회복하는 방향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우려를 일축했다.

1950년생인 박진선 회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전자공학 석사, 오하이오주립대학교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빌라노바대학교에서 철학과 강사로 재직하다 지난 1994년 샘표식품에 입사했고 1997년부터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현재는 샘표식품의 지주사인 ㈜샘표의 대표이사도 겸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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