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락 기자] 한국과 미국 간 상호관세 협상이 타결되면서 반도체 업계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다만 품목 관세 발표를 앞두고 있어 당분간 '신중 모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미국은 31일(한국시간) 상호관세율을 25%에서 15%로 인하하는 내용의 무역 합의를 체결했다. 이에 한국은 반도체를 포함한 여러 산업 분야에서 3500억달러(약 486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게 된다.
반도체 업계는 이날 타결 소식이 전해진 후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계속 지연되면 사업 불확실성이 커지지만, 이를 해소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사업 활동 측면에서 안정성이 확보됐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이날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한미 양국 간 협상 타결을 통해 불확실성이 감소됐다"며 "타결 이후 관세 영향, 이에 대한 경영진 대응 전략 등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완전히 안심할 순 없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행될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전날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반도체 관세를 "2주 후에 발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품목의 수입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관세 등 적절한 조치를 통한 수입 제한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한다.
삼성전자는 "8월 중순 발표가 예상되는 미국 상무부의 반도체 및 반도체 파생 제품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조사 대상에는 반도체뿐 아니라 스마트폰, 태블릿, PC, 모니터 등 완제품도 포함돼 있다. 우리 사업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간 회사는 232조 조사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의견을 개진해 왔고 양국 관련 당국과 긴밀히 소통해 왔다"며 "협의 결과 등에 따른 기회와 리스크를 다각도로 면밀히 분석해 당사 비즈니스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날 협상 타결 내용에 추후 품목 관세와 관련한 '불리하지 않은 대우'가 포함됐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추후 반도체나 의약품 등의 품목 관세가 있으면 다른 합의보다 불리하지 않도록, 우리도 같은 수준의 최혜국 대우를 받는 것으로 적시해 놨다"고 전했다.
러트닉 장관도 이날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반도체·의약품 관세 부과에 대해 "한국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 더 나쁘게 대우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이끌어낸 배경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역할이 있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회장은 지난 29일 미국 워싱턴 DC에 도착해 우리 정부와 미국 간 관세 협상 타결을 위한 지원 활동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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