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협상 불발되나…업계 "대화가 필요해"


법원 임대료 감정 진행에도 협상 재개 불투명
공항 면세점 매출액, 2019년 대비 70% 수준

인천공항 이용객들이 신라면세점 앞을 지나가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우지수 기자]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임대료 협상에 공항공사가 불참 의사를 내비치면서 결렬될 위기에 놓인 가운데 면세업계는 결과를 떠나 최소한 대화의 장에는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법원이 인천공항공사와 면세업계 간 임대료 감정을 진행하는 등 적극 중재에 나섰지만 협상 진행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공사가 내달 예정된 2차 조정기일에 불참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호텔신라와 신세계디에프는 인천공항 제1·2여객터미널 내 화장품·향수·주류·담배 매장을 운영하며 각각 월 300억원 안팎의 임대료를 부담하고 있다. 이들은 올해 초 인천공항공사에 임대료 40% 인하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했고, 지난 4월과 5월 법원에 조정신청서를 제출했다.

법원은 지금 시점에서 적정한 임대료가 어느 정도인지 판단하기 위해 회계법인에 감정을 의뢰했고 결과는 8월 초에 나올 전망이다. 그러나 인천공항공사는 내달 14일로 예정된 2차 조정기일에도 불참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조정 절차는 결렬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협의가 끝내 무산될 경우 본안소송이나 면세점 철수 등 강경 대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면세업계는 임대료 부담이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이라고 본다. 호텔신라의 면세(TR) 부문은 올해 2분기 8502억원의 매출액을 올렸지만 11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신세계면세점은 부산점 철수로 일부 비용을 줄였지만 인천공항 내 영업 면적이 늘면서 임차료 부담은 오히려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현행 임대료 구조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방식은 입찰 당시 업체가 제시한 1인당 수수료에 인천공항 여객 수를 곱해 임대료를 산정하는 방식이다. 여객 수가 늘수록 임대료도 함께 증가한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 단체관광객과 보따리상(다이공) 수요가 급감하면서 면세점 객단가가 하락했다. 최근 여행객 수는 지난 2019년 수준을 회복했지만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액은 여전히 2019년 대비 약 7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임대료 조정은 수용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제입찰을 통해 체결된 계약을 중도에 변경하는 것은 배임 소지가 있다는 것이 핵심 논리다. 지난 2023년 입찰 당시 신라·신세계에 밀려 사업권을 얻지 못한 경쟁사와의 형평성 문제도 감안해야 한다고 짚었다.

해외 주요 공항 중에는 임대료 협상에 유연하게 대응한 사례도 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최근 재입찰 과정에서 임대료를 15% 인하했고 상하이 푸동공항은 매출 연동 방식으로 구조를 개편했다.

면세업계는 협상 결과를 떠나 인천공항공사가 최소한 조정 테이블에는 참석해 업계 상황을 듣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인천공항공사가 내달 14일 예정된 2차 조정기일에 불참할 것으로 보이지만 법원의 중재 노력에 맞춰 최소한 협의는 진행돼야 한다고 본다"며 "공사가 끝까지 협의에 임해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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