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우지수 기자] 동원그룹이 동원산업을 중심으로 식품 계열사를 하나로 합치고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글로벌 식품 디비전'을 출범시킨다. 동원그룹 식품사업에 제기돼 온 높은 내수 의존도, R&D 투자 부족 등 과제를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동원그룹은 두 개로 나뉘어 있던 회사 동원산업과 동원F&B를 하나로 합치기로 결정했다. 지주사 격인 동원산업이 동원F&B를 완전히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식이다.
동원F&B는 오는 3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상장폐지된다. 동원그룹은 이번 통합을 통해 비슷한 일을 하는 두 회사를 하나로 합치고 식품 사업을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제 식품 관련 사업을 한 회사에서 함께 관리하면서 해외 시장으로 나아가는 일도 더 수월해질 것이라고 그룹 측은 설명했다.
동원산업은 이번 통합을 계기로 '글로벌 식품 디비전' 구성을 공식화했다. 이 디비전에는 국내 가공식품 생산을 담당하는 동원F&B와 식자재 유통 및 외식·급식 사업을 운영하는 동원홈푸드, 미국의 참치 통조림 브랜드 스타키스트(Starkist), 서아프리카 세네갈 수산물 가공·수출 기업 스카사(S.C.A SA) 등이 포함된다. 동원그룹은 이들 계열사를 하나의 글로벌 식품 사업 단위로 묶고 지역별 역할 분담과 협업 체계를 강화해 해외 매출액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동원그룹 측에 따르면 글로벌 식품 디비전은 별도의 상시 조직이나 인사 발령 체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기존 계열사들이 각각의 시장과 역할을 유지하되, 지주사 산하 자회사 간 교류를 확대하고 협업 체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통합 시너지를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법인 통합 계획에 식품 이외 소재, 배터리, 포장재 등 신사업 부문은 포함되지 않았다. 동원그룹 측은 수출 비중이 이미 높은 동원시스템즈 등 비식품 계열사는 글로벌 식품 디비전과 사업 특성이 다른 만큼 별도로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동원그룹이 글로벌 목표를 실현하기까지 과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연간 동원그룹 전체 식품 사업의 해외 매출액 비중은 스타키스트를 포함해 22%에 그쳤고 그중에서도 국내 핵심 계열사인 동원F&B의 수출 비중은 2.8% 수준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실적이 내수 시장에 집중돼 있어 글로벌 전환을 위해서는 체질 개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연구개발(R&D) 투자도 아직은 부족하다는 평가다. 동원F&B의 지난해 R&D 투자 비중은 매출액의 0.3%에 불과하다. 동원그룹은 이를 2030년까지 1%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계열사에 흩어져 있던 R&D 조직을 하나로 묶은 '글로벌 R&D센터'를 중심으로,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과 현지화 전략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동원그룹에 따르면 자회사 동원홈푸드는 간편식 브랜드 '비비드키친' 수출을 확대 중이고 동원F&B도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마케팅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방탄소년단(BTS) 멤버 진을 '동원참치' 모델로 기용하며 글로벌 소비자 접점을 넓히는 행보도 보였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제품 카테고리별로 수출 확대 전략을 별도로 수립하고 있으며 음료·조미식품·간편식 부문에서 점진적으로 수출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이 시장의 긍정적인 기대감으로 이어지면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도 큰 무리 없이 마무리됐다"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투자도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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