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황지향 기자] 지난 2013년부터 상용화되기 시작한 전기차(EV) 배터리 수명 종료 시점이 2030년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폐배터리 재자원화를 통한 희토류 공급망 내재화가 산업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24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발표한 '신산업 제안 시리즈 ⑦-폐배터리편'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배터리 수명이 다한 모빌리티 수단이 2023년 약 17만 대에서 2030년에는 411만 대, 2040년에는 4227만 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글로벌 폐배터리 시장 규모도 2023년 108억달러에서 연평균 17%씩 성장해 2040년에는 약 2089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은 2030년에 연간 약 10만 개 이상의 폐배터리가 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리튬, 니켈, 코발트 등 핵심 광물을 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산업 구조상 폐배터리 재활용은 주요 광물의 생산비용 절감과 수입의존도 완화를 통해 공급망 리스크를 낮출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미국 등 주요국은 관련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인프라 투자법(IIJA) 등을 통해 배터리 재활용과 관련 산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에너지부(DOE)는 폐기·사용 종료된 리튬이온 배터리의 90%를 추가 재활용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으며, IRA 세액공제를 통해 약 100억달러 규모의 배터리 재활용·광물 정제·가공·재활용 등에 투자 중이다.
EU는 2023년 채택된 배터리 규제법을 통해 2031년부터 재활용 원료 사용을 의무화하고, 핵심원자재법을 통해 2030년까지 전략자원의 연간 소비량 중 최소 25% 이상을 재활용 원료로 조달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총 61억유로 규모의 국가 보조금 중 최대 9억6000만유로를 배터리 재활용에 지원한다.
일본은 녹색혁신기금을 통해 1205억엔(약 1조800억원) 규모의 배터리 재활용을 포함한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은 제14차 5개년 계획에 따라 도시광산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2024년부터 시행되는 전기차 폐배터리 회수체계 구축 시범사업 등을 포함해 총 15억원 규모의 재활용 정책 예산만을 배정해 미국(약 42조원), 일본 등 주요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한경협은 폐배터리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재사용·재활용 배터리 공공구매 지원 △전용 HS코드 신설 △사용 후 배터리 관련 제도 정비를 제시했다.
재사용·재활용 배터리에 대한 공공구매 확대는 초기 시장 안정화와 기업 조기 진출을 도울 수 있으며 전용 HS코드는 현재 통관상 일반 전자폐기물과 동일하게 분류되고 있는 폐배터리와 BM(폐배터리 재활용 후 얻은 분말 형태 원료)에 대한 세부 관리 강화를 가능케 한다는 설명이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폐배터리 재자원화는 배터리 순환 생태계 구축으로 이어지며, 이는 신성장 동력 확보와 자원안보 강화라는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더 과감한 재정‧제도적 지원을 통해 국내 배터리 생태계 내실을 다지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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