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0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했다. 5월 단행한 0.25%포인트 인하 이후 두 달 만에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부동산 과열·가계부채 급증 등의 영향으로 추가 인하는 무리라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은행은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금통위는 올해 1월 금리를 동결한 뒤 2월과 5월에 각각 0.25%포인트 인하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이번엔 금리를 동결하며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란 의견이 우세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채권전문가 100명 중 93명이 7월 한은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금투협은 "경기회복 지연되고 있음에도 부동산 시장 불안정 등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기준금리 동결에 대한 예상이 직전 조사대비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과열과 가계부채 급증 등 금융 불균형 요인이 금리인하에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이 지난달 말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주택매매가격은 지난 2023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16.1% 상승했고 비수도권은 1.7% 하락했다. 특히 최근 서울 강남 일부 지역의 아파트 주간 상승률이 0.7%로 연이율 기준 30%에 달하는 수준이다.
또 지난 6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6조5000억원 증가하며 전월(5조9000억원) 대비 증가폭이 확대됐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6조2000억원, 기타대출은 3000억원 각각 증가했다. 은행권의 주담대 증가액은 5조1000억원으로 전월(4조1000억원)에 비해 증가폭이 커졌다.
국내 경제 성장률은 떨어지고 있다. 한은은 지난 5월 금통위에서 국내 경제 성장률을 올해 1.5%에서 0.8%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성장률도 1.8%에서 1.6%로 낮아졌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7월 FOMC를 동결(5.25~5.50%)로 마칠 가능성이 큰 가운데 한국이 먼저 추가 인하를 단행하면 한·미 금리차가 더 벌어진다. 현재 한미 역전차는 역대 최대 수준인 2.0%포인트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정부 경제 정책, 추가경정예산(추경), 대출 규제의 효과와 미국 관세, 한미 무역 협상 결과 등을 지켜본 뒤 8월 인하를 저울질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은이 10월 쯤 추가 인하에 나설 것이란 의견도 있다. 미국의 관세 정책과 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일부 걷힌 이후여서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 필요성은 분명 존재하지만, 금리 인하로만 대응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국내 경제 상황"이라며 "2~3분기에는 서울 중심의 주택시장 가격 급등과 그에 따른 가계부채가 금리 결정에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속 인하보다 분기 1회 인하 템포로 조절하는 분위기"라며 "최근 서울 부동산 가격 급등과 가계대출 급증에 따른 금융안정 훼손 가능성이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출 수 있는 제약 요인"이라고 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1일(현지시간)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연례 포럼에 참석해 "현재의 성장률을 고려할 때, 당분간 완화 기조를 유지할 예정"이라면서도 "최근에는 금융안정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수도권의 주택가격이 매우 빠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통화정책 완화의 속도와 시기를 결정할 때 이 점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