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문은혜 기자] 대형마트 업계가 일제히 '초저가'를 키워드로 내세워 대규모 할인전을 벌이고 있다. 정부가 오는 21일부터 발급할 '민생회복 소비 쿠폰' 사용처에 대형마트가 제외되자 자체 할인으로 매출 방어에 나선 것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마트, 롯데마트 등 국내 대형마트들은 최근 먹거리를 중심으로 초저가 할인 판매를 시작했다. 고물가로 인한 소비 침체로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정부 소비 쿠폰 사용처에서도 제외되자 할인 폭을 확대해 매출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이마트는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주말 3일 동안 '고래잇 페스타 쿨 썸머 세일'을 열고 치킨 한 마리(3480원), 국내산 삼겹살 100g(1190원) 등 초저가에 선보였다. 여름철 과일도 최대 절반 가격으로 할인 판매했다. 신세계포인트를 적립하면 수박(8㎏미만)은 정상가 2만1900원에서 1만950원에, 복숭아, 자두 등도 최대 50% 할인된 금액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역대급 할인폭에 지난 주말 이마트 매출은 큰 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00g 당 1190원에 판매된 삼겹살·목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했다. 같은 기간 반값에 판매한 수박 역시 매출이 109% 늘었다.
정양오 이마트 전략마케팅본부장은 "이번 할인은 물가 안정에 기여하고 이마트의 강점인 압도적인 가격과 상품기획을 고객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한 하반기 첫 행사였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도 인기 먹거리 위주로 최대 50%를 할인해주는 '통큰 세일' 행사를 벌이고 있다.
여름철 보양식으로 준비한 '국산 손질 민물장어'(100g)를 50% 할인한 3745원에, 초밥 20입으로 구성된 '통큰 초밥'도 정상가 대비 절반 가격인 9990원에 판매 중이다. 제철 과일인 '복숭아'(4-6입)는 5990원에 할인 판매하고 있다.
할인 판매가 한창이던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롯데마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반값으로 판매한 장어와 초밥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0%, 50% 늘어났다.
대형마트가 이처럼 출혈 경쟁을 불사하고 초저가 행사에 나선 배경에는 정부가 발행하는 소비 쿠폰 사용처에 대형마트가 제외되면서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실제로 홈플러스 직원 대의기구인 한마음협의회는 "재난지원금 사용처에서 제외됐을 당시 홈플러스 매출이 최고 20%까지 감소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이재명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에 발 맞추기 위해 선제적으로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관련 규제들이 걸려있는 상황에서 새 정부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기 위한 고민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업계는 '물가 안정'이라는 명목 하에 당분간 초저가 할인 판매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핵심 먹거리를 부담 없는 가격에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실질적인 장바구니 물가 완화에 기여하고 산지와의 상생에도 도움이 되는 상품을 지속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