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붐비는데 면세점은 적자…임대료에 발목 잡힌 면세업계


외국인 관광객 등 증가에도 면세점 매출은 뒷걸음질
장사 안돼도 공항 면세점은 수백억원대 임대료 내야

외국인 관광객 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국내 면세점들의 매출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 | 문은혜 기자] 최근 외국인 관광객 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국내 면세점들의 실적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공항 면세점들은 여객수가 늘어날수록 임대료가 증가하는 구조로 인해 고정비 부담만 커지는 상황이다.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수익성으로 인해 면세업계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7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면세점 방문객 수는 전년 동월 대비 6%, 전월 대비 5.8% 증가한 257만명을 기록했다. 반면 국내 주요 면세점의 지난 5월 매출액은 전년 대비 16.1%, 전월 대비 11.2% 감소한 1조525억원에 그쳤다. 면세점 방문객 증가가 매출 증대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특히 외국인 방문객들의 면세 소비가 이전과 같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5월 국내 면세점을 찾은 외국인 방문객은 95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6.9%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면세점 매출은 21% 감소한 7741억원을 기록했다.

면세업계의 이같은 매출 부진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쇼핑 패턴 변화, 중국 보따리상(다이궁)과의 거래 중단, 여객수에 연동되는 공항 임대료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다. 특히 공항에 입점한 면세점들의 임대료 부담은 날로 커지는 상황이다.

여객수 연동 임대료 방식을 적용하면 현재 인천공항에서 매장을 운영 중인 면세점들이 내는 월 임대료만 약 300억원이다. 공사가 밝힌 올해 월평균 여객 수가 약 300만명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면세점 매출은 줄어드는데 매월 나가는 임대료는 고정돼 있다보니 공항에 입점한 면세점들의 수익성은 악화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인천공항을 찾은 국제선 이용객은 1860만명으로 코로나 이전인 지난 2019년 1분기 대비 약 4%, 전년 동기 대비 약 8%가 증가했다. 반면 현재 인천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1분기에 각각 50억원, 2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때문에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매출 부진을 이유로 인천공항공사에 제1·2여객터미널 면세점 중 일부 매장 임대료를 40% 인하해줄 것을 요청 중이다. 그러나 인천공항은 △차임감액 조건 미충족 △타사업자와의 형평성 △입찰 공정성 훼손 △향후 입찰의 부정적 영향 등을 이유로 조정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측 입장이 좁혀지자 면세점들은 법원에 조정 신청을 낸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환율 등 영향으로 면세점 경쟁력이 떨어진 것도 있지만 고정비로 나가는 임대료가 부담이 커 실적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며 "면세업계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만큼 이에 맞춘 유연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복합적인 이유로 실적 부진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한 면세업계는 지난해부터 고강도 체질 개선 작업에 나선 상황이다.

롯데면세점은 업계에서는 가장 먼저 지난해 희망퇴직과 임원 급여 20% 삭감 등 인력·비용 효율화 작업에 돌입한데 이어 중국 다이궁과의 거래 중단도 선언했다. 이어 신세계면세점도 지난해 11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도입하고 대표이사를 포함한 임원 급여 삭감을 단행했다. 올해 들어서는 시내면세점인 부산점도 폐점했다. 현대면세점은 올해 시내면세점인 서울 동대문점을 폐점하고 삼성동 무역센터점을 3개 층에서 2개 층으로 축소하는 등 사업 효율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관광 수요가 살아나고 올해 하반기부터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지만 면세점들의 실적 반등으로 이어지기 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며 "근본적인 수익성 개선 작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mooneh@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