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라진 기자] ETF 업계 4위로 밀려난 한국투자신탁운용이 금현물 ETF와 대표지수 ETF의 보수 인하를 추진하며 점유율 재확보에 나섰다. 최근 경쟁이 치열해진 금현물 ETF 시장에서의 입지를 수성하고, KB자산운용에 내준 업계 3위 자리를 되찾기 위한 전략적 전환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번 결정은 그간 보수 경쟁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던 배재규 대표 체제에서 이례적인 행보로 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7일 <더팩트> 취재에 따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최근 금융감독원과 'ACE KRX금현물 ETF'를 비롯해 미국·한국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일부 ETF 상품에 대한 보수 인하와 관련한 실무 미팅을 진행했다. 다만 아직 공식 신청서는 제출하지 않았고, 인하 폭 등 구체적인 내용 역시 조율 중인 단계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금감원에 보수 인하와 관련한 의견을 개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한동안 금현물 ETF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다. 'ACE KRX금현물 ETF'는 시장 유일의 금현물 ETF로서, 국내 금 투자 수요를 사실상 독식해왔다. 하지만 지난달 삼성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각각 'KODEX 금액티브', 'SOL 국제금', 'TIGER KRX 금현물' 등 금 관련 ETF를 신규 상장하면서 경쟁 구도가 급격히 변화했다. 특히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IGER KRX 금현물 ETF'의 총보수를 연 0.15%로 제시하며, 기존 한투운용의 0.5%보다 0.35%포인트 낮은 업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처럼 경쟁사들의 공격적인 수수료 전략에 맞서 한투운용이 보수 인하 카드를 꺼내든 것은, 그간의 행보와는 결이 다른 결정이다. 'ETF의 아버지'로 불리는 배재규 대표는 자산운용사 간 과도한 수수료 경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여러 차례 피력해왔다. 그러나 금현물 ETF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고, ETF 전체 점유율 회복을 위해 전략을 선회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한투운용은 올해 7월 초, ETF 순자산총액 기준으로 KB자산운용에 밀려 업계 4위로 내려앉았다. 지난 2일 기준 양사의 순자산총액 차이는 불과 66억 원에 불과했으며, 4일 기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ETF 순자산총액은 16조5221억원으로 점유율은 7.79%에 머물고 있다.
다만, 보수 인하가 실제 실행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대형 운용사들의 무분별한 수수료 인하 경쟁에 제동을 걸며, 관련 심사 기준을 한층 강화한 상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을 포함한 일부 대형사의 보수 인하 추진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견제에 나선 전례가 있어, 한국투자신탁운용의 계획 역시 심사 과정에서 제약을 받을 수 있다.
ETF 시장의 경쟁 구도가 본격적인 수익률보다 보수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전략 전환을 통해 다시 업계 3위 자리를 탈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