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에너지안보가 산업경쟁력의 원천이자 게임체인저로 부상하면서 국가 에너지 정책 틀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재명 정부의 가장 시급한 에너지정책 과제로는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한 전력망 인프라 구축이 제시됐다.
국회미래연구원(원장 김기식)이 4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에너지정책'을 주제로 개최한 국회미래산업포럼에서 업계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의견을 공유했다.
발제자로 나선 정훈 국회미래연구원 미래산업팀장은 "지정학적 위기와 세계 경제질서 대전환으로 에너지 안보가 핵심의제로 부상하고 있다"며 "인공지능(AI)과 탄소중립으로 산업구조가 재편되며 전력안보가 산업경쟁력의 게임체인저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적 흐름과 달리 한국의 산업 정책은 후퇴하고 있다. 정훈 팀장은 "정부 주도의 전력산업 운영과 잦은 정책 변경으로 시장 기능이 약화되고 에너지정책의 정쟁화와 일관성 부족, 재원 마련 방안 부재와 이행력 부족 등으로 정책에 대한 신뢰도 훼손이 누적됐다"고 진단했다.
국가 에너지 정책의 틀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훈 팀장은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과제로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한 전력망 최적 구축 △경제적 전력공급을 위한 제도 개선 △신성장을 위한 신산업 육성 및 그린인프라 구축을 제안했다.
전력망 확충은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와 같은 변동성과 경직성이 큰 무탄소 전원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AI, 반도체 등 미래첨단산업의 전력공급을 위한 필수요소다. 전력망 건설 지연과 계통 불안정성 해소는 한전이 단독 수행하는 현 체계로는 한계가 있다는 진단이다. 정훈 팀장은 "전력망 투자 방식의 전환과 전력시장 운영 체계에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관이 참여하는 새로운 전력망 건설 모델 도입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전력망 건설을 민간에 개방하고 국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과 연계해 공동으로 건설하는 방법이다. 정훈 팀장은 "연기금과 정책금융 등 투자재원을 다각화하고 지자체와 주민이 참여해 이익을 공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력망 운영 효율화를 위해 송배전망 운영체계 개선이 필요하다. 정훈 팀장은 "전력거래소와 한전의 송배전망 운영 기능을 한전으로 통합해 전력망을 운영해야 한다"며 "공정성 확보를 위해 한전의 판매 부문을 자회사로 분리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했다.
전력망 확충은 업계와 전문가들도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이대연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정책연구실장은 산업계와 전문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포커스그룹 인터뷰(FGI)와 정책 우선순위(AHP) 결과를 소개했다.
FGI 결과를 바탕으로 △전력산업 거버넌스 개편 △전력망 인프라 확충 및 분산화 추진 △전력시장 구조 개선 및 경쟁 촉진 △안정적 전력공급 및 수요관리 개선 △에너지 신기술 및 신산업 육성 등 5대 전력부문 정책과제와 16개 세부과제를 도출했다. AHP 결과 5대 정책과제 중에서는 '전력망 인프라 확충 및 분산화 추진'이 1순위로 도출됐다.
산업계에서도 지역분산 취지에 맞는 전력망 문제 해결책을 주문했다. 조영준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장은 "지역분산과 활성화 취지에 맞게 기업들은 수요가 일치된 분산전원에 대해서는 우선 인허가가 필요하고 분산전원 규모 제한도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분산전원은 설비용량이 40㎿ 이하인 모든 중소형 발전설비와 500㎿ 이하인 집단에너지 발전설비를 말한다. 조 원장은 "AI데이터센터와 같이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경우 조달가능한 분산전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옥기열 전력거래소 에너지시스템혁신본부장은 "전력망 확충에 한계가 있는 만큼 발전입지분산 및 수요분산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소매요금의 지역차등제 시행을 방법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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