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만에 손 바뀌는 한양증권, '불편한 동거' 임재택 안고 갈까


KCGI, 금융위 대주주 변경 승인안 통과…한양증권 인수 사실상 확정
임재택 "자식 떠나 보내는 심정"…7년 차 CEO 거취 주목

임재택 한양증권 대표가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최인아책방에서 자신의 저서를 기반으로 한 북토크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한양증권

[더팩트|이한림 기자] 한양증권이 창사 70년 만에 KCGI로 주인이 바뀌는 가운데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고 있는 7년 차 최고경영인(CEO) 임재택 대표이사 사장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 대표는 지난해 3월 KCGI가 한양증권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얼마 안 있어 타 증권사 CEO로 선임돼 한양증권을 떠날 예정이었으나, KCGI가 인수 난항을 겪을 때 다시 회사에 남기로 하는 등 해프닝도 있었다. 이에 거취가 불투명한 시점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CGI는 지난 11일 금융위원회로부터 한양증권 대주주 변경안을 승인받았다. 지난해 9월 한양증권 대주주인 한양학원을 포함한 주요주주들이 KCGI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지 9개월 만이다.

KCGI의 한양증권 인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SPA 체결 후 국세청 세무 조사를 받거나 인수단 중 자금력이 뒷받침됐던 OK금융그룹 등이 KCGI를 대신해 한양증권을 인수한다는 소문이 도는 등 각종 구설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KCGI는 차질 없이 인수를 마무리하겠다는 태도를 고수했으나 문제는 또 있었다. 그간 한양증권을 실적이 탄탄한 중소형 증권사로 이끌면서 대주주 신임이 뚜렷하다는 평가를 받은 임 대표가 임기가 남았음에도 다올투자증권 신임 CEO로 선임되면서 주주 손 바뀜이 이어지던 한양증권 내부에서 모종의 압박이 있던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와서다.

그도 그럴 것이, KCGI는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변경 승인안만 받는다면 우위에 있는 지분력을 바탕으로 한양증권 이사회 구성원을 KCGI 인사들로 바꾸고 경영권을 본격적으로 지배할 가능성이 높았다. 한양증권 CEO에 총 4차례 연임되면서 기존 대주주인 한양학원의 신임을 받던 임 대표의 존재도 부담스러웠을 대목이다.

이 와중에 임 대표가 한양증권 대주주 변경 승인안 통과 나흘 전인 5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책방에서 열린 자신의 저서(성공, 꿈꾸지 말고 훔쳐라) 기반 북토크 행사에 직접 참석해 한양증권에 대한 애정과 매각설에 대한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최근 회사 매각이 진행 중인데, 자식을 떠나보내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11일 금융위원회는 KCGI가 제출한 한양증권 대주주 변경 승인안을 통과했다. /더팩트 DB

임 대표의 인사 논란은 그가 돌연 한양증권에 다시 남기로 하면서 일단락됐으나 1년가량 불편한 동거가 이어져 왔다. 임 대표가 이직을 결정했다가 번복한 탓에 대주주가 바뀌는게 확실해진 시점에서 스스로 연임에 더 이상 도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지배적이다.

다만 한양증권의 새 주인이 될 KCGI 또한 기존 주주들을 설득하고 안정적인 회사 경영을 위해 한양증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임 대표를 안고 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KCGI 측은 이에 대해 "이사회에서 논의 될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임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 31일까지다.

한편 한양증권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이사 등의 선임 안건을 이사회 결의로 이사 중에서 1인 이상의 대표이사를 선임할 수 있다는 정관을 변경했다. 대주주가 변경되더라도 임 대표 외에 이사진 중 새로운 인물이 공동 대표를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KCGI 측에서 한양증권 이사회에 합류할 인사는 김병철 KCGI자산운용 부회장이 거론된다. 김 부회장은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과 신한투자증권 대표이사도 맡은 경력이 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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