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패션 가리지 않네…유통업계로 번진 '개인정보 유출'


디올·티파니 연달아 고객 정보 유출 사실 알려
아디다스·테무 등 글로벌 브랜드·플랫폼도 안심 못해

명품 브랜드 디올에서 고객 데이터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디올 홈페이지 캡처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글로벌 명품 브랜드와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SK텔레콤 유심 유출 사태로 전 국민이 개인정보 보호에 민감한 가운데 단순한 기술적 결함이 아닌 사고 발생 후에도 늑장 대응이나 책임 회피성 해명이 이어지며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명품 브랜드 티파니는 최근 국내 소비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소비자들의 정보 유출됐음을 밝혔다. 티파니코리아는 "고객 데이터 관리를 위해 사용하는 수탁사의 플랫폼에서 인가받지 않은 접근을 통한 사이버 보안 사고가 일어났음을 인지했다"고 적었다.

사고는 지난달 8일 발생했지만 티파니코리아가 한국인 정보주체의 개인정보 유출을 인지한 것은 한 달이 지난 이달 9일이다. 해당 유출 범위나 정확한 피해 규모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며 관련 메일은 개인정보가 유출된 고객에게만 통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디올 역시 같은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 그룹 소속 브랜드로서 개인정보 유출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디올은 이달 13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권한 없는 제3자가 고객 데이터에 접근했다"며 "연락처, 구매·선호 데이터 등이 포함된 일부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디올은 내부적으로 사고를 인지한 후 엿새가 지나서야 이를 외부에 알렸고 부실 대응이 더 큰 공분을 샀다.

디올과 티파니는 세계적인 럭셔리 그룹 소속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정보 관리에 있어 책임 있는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일부 소비자들은 "명품 브랜드가 프리미엄 가격을 받으면서 개인정보는 헐값으로 다룬다"며 비판하고 있다.

아디다스 코리아가 지난 16일 고객 공지를 통해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알렸다. /아디다스 코리아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 역시 최근 고객의 개인정보가 무더기로 유출됐다. 지난 16일 아디다스는 고객 공지를 통해 "고객과 관련된 일부 데이터가 권한 없는 제3자에게 유출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개인정보 해당 데이터는 2024년 또는 그 이전에 고객센터에 문의하신 고객님의 연락처 정보로 구성돼 있었다"며 "이름, 이메일 주소, 전화번호, 성별, 생년월일 등이 포함돼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아디다스는 비밀번호나 결제 카드 정보 등 금융 정보는 영향받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유출 범위에 대한 소비자 불안은 여전하다.

이커머스 업계도 구멍이 뚫렸다. 중국 플랫폼 '테무(TEMU)'는 한국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국외 이전한 혐의로 최근 과징금 14억원을 부과 받았다. 테무는 중국, 싱가포르, 일본 등 복수 사업자에게 이용자 정보를 위탁하며 이를 국내 사용자에게 고지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국내 이용자 이름, 주소, 통관부호 등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해외로 이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유통업계에서 유출 사고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SK텔레콤 유심 정보 유출사고로 전 국민이 통신보안에 불안을 느끼는 가운데 명품·패션·유통 전반에서도 개인정보 사고가 나자 소비자들 사이에서 '어디서도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 겸 개인정보전문가협회장은 "금융정보인지 아닌지의 문제가 아닌 개인정보에 해당한다면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법적 의무를 준수하고 소비자의 개인정보보호 노력이 필요하다"며 "소비자들은 개인정보처리 방침을 관심 있게 살펴보고 불필요한 개인정보 처리가 되는지 감시 모니터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나 글로벌 플랫폼이라고 해서 소비자 정보를 안전하게 보관한다는 믿음은 이제 무너졌다"며 "최근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소비자들이 기업들이 정보보안에 대해 제대로 투자하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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