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정부가 예금자보호한도를 상향하기로 결정하면서 저축은행으로 자금이 쏠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완급조절을 위해 예금금리 인하 속도는 오히려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는데다 예금보호공사에 지급하는 예보료율이 인상돼 부담이 가중되는 점이 반영될 것이란 관측이다.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오는 9월부터 예금자보호한도가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 조정될 예정이다. 일반 예금뿐만 아니라 별도로 보호 한도를 적용하는 퇴직연금(확정기여·개인형, 중소기업 퇴직연금), 연금저축, 사고보험금의 보호 한도도 상향된다.
시장에서는 제1금융권보다 비교적 수신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을 찾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예금 금리는 인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저축은행이 건전성 관리 등으로 신규 대출 규모가 축소되고 있는 가운데 예금이 늘어나면 이자 비용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은행연합회가 집계한 은행 19곳의 최근 정기예금(1년물) 평균 금리는 연 2.69%로, 전국 저축은행 79곳의 정기예금 평균금리(2.96%) 보다 0.27%포인트(p) 낮다. 이 가운데 지난 3월 기준 저축은행의 여신잔액은 96조5800억원으로 전년 동기(101조3777억원) 대비 4.73% 감소했다. 대출규모가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높은 수신금리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면 이자 규모가 확대될 여지가 있다.
여기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도 인하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예금 금리 인하를 부추길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8월 3.50%였던 한은 기준금리는 지난해 10월 3.25%, 지난해 11월 3.00%로 내려간 데 이어 올해 2월 2.75%로 인하했다. 대신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한 2.50%로 예상했으며, 올해 2.25%까지 낮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4월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현재 기준금리는 인하 사이클에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예금보험공사에 내는 보험료율에 대한 부담도 가중돼 예금 금리 인하를 서두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예보의 보험료율의 경우 저축은행은 0.4%로 은행(0.08%)과 보험사(0.15%)보다 높다. 여기에 차등보험율 제도를 도입해 경영과 재무 상황에 따라 요율을 다르게 산정하는만큼, 재정건전성이 취약한 저축은행일수록 보험료율도 높아진다.
예금보험기금에서 저축은행 계정은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만큼, 보험료율이 추가로 인상될 가능성도 있다. 예보 통계에 따르면 예금보험기금 적립액 중 저축은행 계정 적자액은 2022년 1조7896억 원에서 지난해 1조8979억원으로 늘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과거에는 예금을 확보하기 위해 높은 예금 금리를 제시했지만, 현재는 대출 증가율 둔화, 부동산 PF 위험 관리 강화 등으로 인해 자금 수요가 감소한 상태"라며 "건전성 관리 측면에서 고금리 예금은 향후 이자비용 부담 증가로 이어지므로 선제적으로 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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