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비대면 영업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낮은 보험료를 책정하는 디지털보험사가 적자를 지속하면서 모회사 흡수합병과 체질개선 등의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비대면 영업으로 인한 한계가 명확한 데다, 단기상품 위주의 포트폴리오가 수익성 측면에서 불리해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캐롯손해보험·하나손해보험·신한EZ손해보험·카카오페이손해보험 등 국내 디지털보험사 5곳의 합산 순손실은 1853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이들 디지털 5사가 설립되거나 지주사에 인수된 이후 연간 흑자를 기록한 사례는 하나손보가 2021년 순이익 170억원을 낸 것이 유일하다.
적자가 지속되다보니 디지털보험사들은 '돈 먹는 하마'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라이프플래닛은 7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교보생명으로부터 3690억원을 지원받았으며, 카카오페이손보는 2023년 1000억원 유상증자에 이어 올해 상반기 중 1000억원의 추가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다. 캐롯손보는 3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4055억원의 자본을 확충했고, 이 중 한화손해보험이 2318억원을 지원했다.
디지털보험사의 부진은 비대면 영업의 한계가 손꼽힌다. 보험상품은 약관이 길고 복잡해 보험설계사가 직접 설명하고 소비자를 납득시켜야 하는데, 비대면의 경우 이런 과정을 생략하게 된다. 결국 수익성이 좋은 장기보험보다는 단기보험에 집중할 수밖에 없고, 이는 다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게 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 제도 하에서는 미래에 수익이 발생할 계약인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이 자산으로 잡히지만, 디지털 생보사는 장기계약을 유치하기 힘들어 이익 인식이 어렵다"면서 "결국 건강·종신·연금보험 등 수익성 높은 주력상품을 판매해야 하는데, 디지털보험사는 이런 상품들을 인가받거나 운영할 자본력과 인력, 리스크관리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판매가 어렵고, 다시 수익성이 악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이렇다 보니 일부 디지털보험사들은 모회사에 흡수합병 되기도 했다. 한화손보는 손실을 감수하고도 캐롯손보에 대한 흡수합병을 결정했으며, 교보생명은 자회사인 디지털보험사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에 대한 외부 경영진단을 하고, 흡수합병을 검토하고 있다.
디지털보험사이면서도 종합보험회사 라이선스가 있는 하나손보와 신한EZ손보는 장기보험 위주의 포트폴리오 개선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하나손보는 지난해 장기보험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면서 적자 규모를 2023년 879억원에서 2024년 280억원으로 대폭 축소했다. 신한EZ손보의 경우 장기보험 보유금액이 2023년 122억원에서 지난해 361억원으로 196% 급증했다.
다만, 장기보험 확충과 대면영업 강화는 사실상 기존 보험사를 답습하는 것이기에, 디지털 역량 강화를 통해 차별성을 확보해야 성장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종합보험 라이선스가 있으면 상품제한이 적고 CSM 구축도 가능하고, 모회사의 자본과 대면영업 노하우를 흡수해 수익성 확보가 수월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기존 대형사와 똑같은 방법으로는 결국 성장이 제한되기에 차별화된 상품 라인업을 확보한다거나 인공지능(AI) 활용을 늘리는 등 디지털 역량을 활용해 효율성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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