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백이 가방으로"…코오롱FnC, '업사이클링'으로 패션 재조명 [TF현장]


군용 텐트·3년 치 재고 의류 등 재탄생
오는 8월 1일까지 스페이스 이수서 개최

코오롱FnC가 운영하는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 래코드가 리콜렉티브: 머터리얼스 전시회를 열었다. /문화영 기자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버려진 군용 텐트와 의료복, 에어백이 옷과 가방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코오롱FnC가 운영하는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 래코드는 산업 폐소재의 순환 가능성과 재해석을 주제로 한 전시 '리콜렉티브: 머터리얼스(RE; COLLECTIVE: MATERIALS)'를 연다. 관람객들에게 '버려진 의류도 새롭게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업사이클링의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쟁·충돌·감염 등 위기 상황에서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개발됐던 산업소재들이 기능을 다 한 뒤 폐기 처분되자 새로운 쓰임과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돕는다. 군용 텐트, 낙하산, 에어백, 의료복, 고강도 섬유 헤라크론 등 폐소재들이 래코드만의 해석을 거쳐 새롭게 탄생했다.

전시는 크게 네 가지 △대한민국 육군 및 공군과 협업해 수거한 군용 텐트 및 낙하산 △코오롱인더스트리에서 공급받은 불량 에어백 △고려대학교 의료원과 협업해 회수한 폐의료복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개발한 고강도 아라미드 섬유 헤라크론 산업 소재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래코드는 불량 및 폐에어백으로 가방을 만들었다. 해당 상품들은 래코드 공식 홈페이지에서 구매할 수 있다. /문화영 기자

래코드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생명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산업 소재들이 기능을 다한 후에도 예술적, 사회적 가치를 지닐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이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자리"라며 "헤라크론은 코오롱인더스트리 제조부문에서 생산하는 고강도 섬유로 산업 소재를 활용해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먼저 '군용 텐트 및 낙하산' 부문은 거친 환경을 견디는 조직감과 공기의 중력에 반응하는 원단의 특성을 살려 조명 오브제와 의류로 재해석했다. 폐기 예정의 텐트, 군복, 낙하산 등을 매입한 후 세척, 해체해 새로운 용도로 탄생했다. 이날 밀리터리룩으로 다시 태어난 옷들이 벽에 걸려있었다.

'불량 에어백' 부문은 에어백의 쿠션 및 패브릭을 공급하고 있는코오롱인더스트리로부터 불량 및 폐기되는 에어백을 수급 받아 진행된 프로젝트다. 에어백이 가진 보호의 역할과 긴박한 에너지 사이에서 느껴지는 촉각적, 감정적 진동은 물론 디자인이 결합된 오브제로 전환하며 새로운 쓰임의 가능성을 선보인다.

래코드는 지난해부터 고려대학교의료원에서 버려지는 의료복을 가져와 분해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문화영 기자

이날 에어백을 활용한 노트북 가방과 백팩, 키링이 전시돼 있었다. 해당 상품은 래코드 공식 홈페이지에서 판매 중이다. 또 에어백을 소파와 빈백이 있어 관람객들이 편하게 앉을 수 있도록 했다. 래코드 관계자는 "가방과 오브제에 적혀 있는 숫자는 에어백의 시리얼 넘버"라고 설명했다.

'의료복'의 경우 고려대학교 의료원에서 사용된 후 폐기된 의료복을 모아 폴리에스터 성분을 화학적으로 분해하고 이를 단일 소재로 재생산한 과정을 영상 콘텐츠로 보여준다. 래코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의료원에서 받은 옷을 분해해 다시 옷을 만들고 있다"며 "다시 의류 납품할지는 아직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헤라크론' 부문에서는 산업 영역에서 안전을 지키는 헤라크론이 다양한 예술작품으로 재탄생한 모습을 볼 수 있다. '헤라크론'은 고온과 고압 환경에서도 형태를 유지하는 밀도 높은 직조 구조를 가진 섬유다. 래코드는 오상민 디자이너와 함께 헤라크론의 기능적 서사를 지구를 보호하고 순환시키는 버섯 균사로 표현했다.

전시회에서는 에어백과 운동화끈을 활용해 나만의 키링을 만드는 리테이블 DIY 워크숍에 참여할 수 있다. /문화영 기자

전시 기간 동안 래코드의 업사이클링 프로그램 '리테이블 DIY 워크숍'이 운영된다. 전시 소재로 사용됐던 원단 일부를 활용해 직접 키링을 제작할 수 있다. 이날 기자는 직접 에어백과 코오롱스포츠에서 받은 운동화 끈을 활용해 키링을 만들었다. 이때 입은 앞치마 역시 버려진 청바지를 업사이클한 것이다.

버려진 제품을 다시 사용했다는 점과 나만의 키링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해당 워크숍의 장점이다. 디자인 구상 후 원하는 만큼 에어백과 운동화 끈을 자르면 된다. 이후 실을 이용해 키링을 제작하며 시간은 약 30분 정도 걸린다. 사용되는 모든 소재는 폐원단였지만 '이게 버려진 거라고?'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촉감은 새것처럼 부드러웠다.

'리콜렉티브: 머터리얼스' 전시는 서울 서초구 스페이스 이수에서 오는 15일부터 8월 1일까지 진행되며 입장료는 무료다. '리테이블 DIY 워크숍'은 '래코드'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우한 관람객 모두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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