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국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은행권 골드뱅킹 잔액이 사상 처음으로 1조1000억원을 넘어섰다. 미국발(發) 관세 충격으로 주식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투자 열기가 식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은행권에선 금가격이 장기 상승기에 들어섰으며 단기적인 가격 상승세를 주의해 투자할 것을 조언한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41분 기준 금 가격은 g당 전 거래일(15만2880원) 대비 0.4% 오른 15만2940원에 거래 중이다. 15만2750원으로 장을 출발한 시세는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국제 선물 금값은 소폭 약세를 보이고 있다.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3.90%(30.90달러) 하락한 3391.90달러에 마감됐다.
국내외 금값이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단기 급등에 따른 경계와 미국과 중국의 관세 협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소폭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5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금리결정에서 시장의 예상대로 금리 동결이 이뤄진 것 역시 영향을 줬다.
다만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금리 동결을 못박은 것이 아니라 금리 경로가 얼마든지 상황에 따라 열려있고 연준은 현재 경제 상황을 특별히 예의주시 중"이라고 추가 언급하면서 향후 금리 인하 여지를 남겨뒀다. 향후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준의 경기침체의 징후가 보인다면 약달러 현상과 더불어 금의 매력도가 올라갈 것으로 점쳐진다.
앞서 KRX 금시장에서 지난 2일 1㎏짜리 금 현물은 1g당 14만827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월 14일 기록한 고점인 16만8500원 대비 낮은 수준이나 지난해 말(12만7850원)과 비교하면 16.3% 뛰었다. 또 국제 금 가격은 지난달 22일 현물 기준으로 온스당 3500달러를 사상 처음으로 넘겼다.
최근 골드뱅킹 잔액은 1조1000억원을 넘어섰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은행 중 국내 시중은행 3곳(KB국민·신한·우리)의 4월 말 기준 골드뱅킹 잔액은 1조1025억원으로 집계됐다. 3월 말(1조265억원) 대비 760억원 늘었다. 3개 은행의 골드뱅킹 잔액은 올해 3월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고 이후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골드뱅킹은 국제 금시세와 환율에 맞춰 계좌에 예치한 돈을 금으로 적립하는 상품을 말한다. 모바일뱅킹으로 계좌를 만들고 돈을 입금하면 국제 금 시세에 따라 금을 구매해 적립해준다. 출금 시에는 당시 시세·환율을 반영해 현금이나 금현물로 돌려받을 수 있다. 다만, 금을 매수·매도할 때 각각 1%의 수수료가 부과되며 매매 차익에는 15.4%의 배당소득세가 붙는다.
최근 골드뱅킹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불확실성이 지속하면서 안전자산인 금에 자금이 쏠리며 금값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골드바는 품귀 현상이 지속되고 있지만 판매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골드바 판매액은 348억7200만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인 지난해 4월(89억8300만원) 대비 3.9배 수준이다.
금 펀드 수익률도 20%를 넘어섰다. 펀드 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10억원 이상 펀드의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23일 기준 국내 금 펀드 13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26.81%에 달했다. 설정액은 1조536억원으로 같은 기간 3658억원 늘어났다.
시장에선 금값이 온스당 4000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JP모건은 국제 금 가격이 온스당 40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봤다. 골드만삭스도 올해 말까지 금이 트로이온스당 3700달러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고 내년 중반에는 4000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경제 불확실성 속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금값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투자자들의 '안전 피난처' 수요를 확대시키고 있다"며 "미 연준의 통화정책상 완화 기조가 유지되는 한 금 가격의 강세 사이클이 지속하면서 연내 금 가격이 온스당 36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미·중 갈등이 깊어질수록 중국의 미 국채 매각 여부와 상관없이 금 가격은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며 "올해 금 가격은 4분기 3550달러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은행권에서도 금가격이 장기 상승기에 들어섰다고 보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단기적인 가격 상승세는 주의해야할 것으로 보인다"며 "장기적인 시선으로 봤을때 트럼프 정책 및 분쟁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금리 인하 기조를 감안하면 금은 효과적인 안전자산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금은 시세차이 이외에는 이자소득이나 배당 소득 개념이 없고 저평가되어 있는지 판단해야하는데, 안전자산 선호 현상 및 인플레이션 헤지 효과로 금가격이 장기적으로 상승했다보니 분산투자 및 대체투자의 수단으로 접근하길 추천한다"며 "골드뱅킹을 통한 투자나 금 관련 ETF나 ETN에 투자하면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 저렴하고 편리한 방법으로 투자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