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락 기자] LG그룹 전자 계열사들이 계절적 비수기와 경영 불확실성 확대 등 어려운 상황에도 시장 기대를 충족시키는 1분기 성적표를 받았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LG그룹 전자 계열사들은 전날(24일) 나란히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먼저 LG전자의 올해 1분기 매출은 22조7398억원, 영업이익은 1조259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달 초 LG전자가 내놓은 잠정 실적(매출 22조7447억원·영업이익 1조2590억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수치다.
계절적 비수기로 꼽히는 1분기에 이러한 실적을 거둔 것은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구나 미국 관세 정책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와 글로벌 기업 간 경쟁 심화 등 역대급 혼란기에도 안정성 수익 구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매출의 경우 1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LG전자가 1분기 매출 22조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5.7% 감소했지만, 6년 연속 1조원을 웃돌며 여전히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호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가전 등 기존 주력 사업과 미래 성장 동력인 기업간거래(B2B) 사업이 균형 있는 성장세를 보였기 때문이라는 게 LG전자의 설명이다. 회사는 "B2B 핵심인 전장과 냉난방공조(HVAC) 사업이 나란히 분기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했다"며 "주력 사업이자 캐시카우 역할을 맡고 있는 홈어플라이언스솔루션(HS)사업본부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의 사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가운데 구독, 소비자직접판매(D2C) 등 사업 모델과 사업 방식 변화를 가속화하며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다른 계열사인 LG이노텍도 올해 1분기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계절적 비수기를 뚫고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마찬가지로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8.9% 감소했지만, 고객사 내 경쟁 심화와 원재료비 부담 등 악조건을 고려하면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다. LG이노텍의 1분기 매출은 4조9828억원, 영업이익은 1251억원으로 집계됐다.
LG이노텍은 "계절적 비수기에도 고사양 카메라 모듈의 안정적 공급, 반도체·디스플레이용 기판 소재 제품의 수요 회복, 우호적 환율 효과 등으로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며 "영업이익이 감소한 이유는 전기차 등 전방 산업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광학 사업의 시장 경쟁이 심화된 영향"이라고 밝혔다.
LG그룹 입장에서 가장 반가운 소식은 LG디스플레이가 수년간의 암흑기를 끝낼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전날 공개된 LG디스플레이의 올해 1분기(잠정 실적) 매출은 6조653억원, 영업이익은 335억원이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상승했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LG디스플레이가 1분기에 흑자를 낸 것은 2022년 이후 3년 만이다. 증권가 컨센서스(영업손실 307억원)를 웃도는 성적으로, 회사는 2개 분기 연속 흑자 흐름을 이어가게 됐다.
LG디스플레이는 "1분기는 통상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OLED 중심의 체질 개선 노력이 성과를 보였다"며 "OLED 중심의 사업 성과 확대와 함께 강도 높은 원가 절감 및 운영 효율화 활동을 전개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LG그룹 전자 계열사들이 호실적에도 크게 웃진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불확실한 글로벌 시장 환경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관세 영향권에 들어가는 등 경영 부담이 더욱 커져 당장 2분기 실적이 걱정일 것이라는 해석이다.
LG전자는 2분기부터 글로벌 통상 정책 변화 가시화로 인한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시장 내 경쟁 또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외 변수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시장 맞춤형 전략을 적극 펼쳐 견조한 수익성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LG이노텍은 시장 경쟁 심화, 주요 고객사 스마트폰 출하 감소 등 2분기 실적 둔화가 유력한 가운데, 리스크 관리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중심 경쟁력 제고와 원가 혁신·운영 효율화를 지속해서 추진해 2분기 실적을 방어, 반드시 연간 흑자 전환에 성공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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