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황준익 기자]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가 재건축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곳에 관심을 뒀던 대형 건설사들이 잇따라 발을 빼면서다. 최근에는 유력한 수주 후보로 거론됐던 한화 건설부문마저 입찰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상계주공5단지 사업시행자인 한국자산신탁은 오는 28일 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마감한다.
지난달 5일 열린 현장설명회에는 HDC현대산업개발, 현대엔지니어링, 한화 건설부문, 롯데건설, 대우건설, SK에코플랜트, 효성중공업, 진흥기업, 쌍용건설, 한양 등 10곳이 참여했다.
이중 HDC현대산업개발, 현대엔지니어링, 한화 건설부문이 큰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HDC현대산업개발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입찰 불참을 결정했다. 계약 조건이 까다롭고 새 집행부가 들어오면 GS건설 사례처럼 계약 해지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를 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상계주공5단지 소유주들은 정비사업위원회 위원장과 위원 해임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시공사에게 불리한 조건들이 있어 상계주공5단지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한화 건설부문 단독 입찰 가능성이 커졌지만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한화 건설부문 역시 상계주공5단지 현장에서 홍보 활동을 벌이다 철수하면서다.
상계주공5단지 정비사업위원회 위원장은 "HDC, 현대, 한화 모두 현장에서 활동하다 빠졌다"며 "하지만 추후 조건 협의가 들어올 수 있어 입찰하기 전까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남, 강남3구, 용산 등을 빼면 경쟁 입찰을 통한 시공사 유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화 건설부문마저 철수하면서 이번 입찰은 무응찰로 유찰될 가능성이 커졌다. 현장설명회에 참석했던 10곳 중 3사를 제외한 7곳은 현장에서의 홍보(OS) 요원 활동이 없었다.
상계주공5단지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HDC, 현대, 한화 3곳이 입찰에 참여한다고 했는데 동시에 빠졌다"며 "다만 신탁사가 주도하니 사업을 책임지고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다만 한화 건설부문 관계자는 "현재 입찰 참여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상계주공5단지는 1987년 준공된 840가구 규모의 노후 아파트다. 재건축을 통해 지하 3층~지상 35층 996가구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재건축은 신탁 방식으로 진행된다. 신탁 방식은 신탁사가 사업시행자가 돼 주요 사안에 대한 토지 등 소유자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사업을 하는 방식이다.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해서 토지 등 소유자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정비사업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다.
앞서 상계주공5단지는 2023년 1월 GS건설과 공사비 3342억원 (3.3㎡당 650만원), 공사 기간 48개월에 시공사 계약을 맺었고 같은해 11월 계약을 해지했다. 소유주들이 높은 분담금을 수용하지 못했고 계약 조건도 불리하다는 이유에서였다. GS건설은 일방적 계약 취소라며 12월 60억원 규모의 입찰보증금(대여금) 반환청구 및 시공이익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했다.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상계주공5단지는 지난 2월 25일 시공사 재선정에 나서면서 예정 공사비를 770만원으로 올렸다. GS건설 선정 당시보다 120만원 높다. 이에 재건축 시간은 길어지고 공사비는 더 많이 오르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계주공5단지가 분담금이 높은 이유는 일반분양 물량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현재는 서울시가 추진 중인 사업성 보정계수에 기대를 걸고 있다. 임대 가구(152가구) 중 90여 가구를 일반 분양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사업성보정계수는 땅값이 낮은 지역을 대상으로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다. 이렇게 되면 임대주택이 줄고 일반분양 물량이 늘어 사업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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