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문화영 기자] 패션그룹형지가 실적 부진에 빠졌다. 주요 브랜드들이 줄줄이 적자를 기록하며 그룹 전체에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지난해 기업이 내세운 '상생'과 '성장' 전략이 반영되지 못하며 수익성과 성장성 모두 경고등이 켜졌다. 이에 패션그룹형지는 올해 해외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패션그룹형지의 지난해 매출은 3011억원, 영업이익은 47억원으로 각각 전년대비 14.3%, 79.3% 줄어들었다. 당기순손실은 287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패션그룹형지는 현 CEO인 최병오 회장이 지난 1982년 동대문시장에서 시작한 의류가게를 기초로 한다. 까스텔바작(골프웨어), 형지엘리트(학생복), 형지I&C(정장·캐주얼), 형지에스콰이아(구두·핸드백), 형지쇼핑(아트몰링), 형지리테일 등 계열사를 운영 중이다. 의류 브랜드 크로커다일레이디, 샤트렌, 올리비안허슬러, 예작, 윌비 등을 갖고 있다.
패션그룹형지는 지난 2023년 영업이익 238억원을 달성하며 전년대비 131% 성장했다. 지난 2022년에도 전년대비 영업이익 504억원을 증가하며 흑자로 전환했다. 당시 패션그룹형지는 전사적으로 펼친 이익 중심 경영, 현장경영이 실적에 반영된 결과라며 대리점과 상생, 질적 성장을 2024년에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하면서 암울한 성적표를 받았다. 문제는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줄줄이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형지글로벌(구 까스텔바작)은 지난 2023년 당기순손실이 45억원이었지만 지난해 163억원으로 4배 이상 뛰었다.
아트몰링이 지난 2023년 6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 62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났다. 형지에스콰이아는 지난해 매출 490억원, 영업이익 11억900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각각 33.2%, 61.2% 감소한 수치다. 당기순이익은 1억원으로 전년대비 93.6% 줄었다.
수익성 악화에 패션그룹형지는 패션산업 및 경기침체를 원인으로 꼽았다. 패션그룹형지 관계자는 "패션산업 전반 및 로드샵을 운영하는 업계 전반의 현상으로 극심한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위축뿐만 아니라 사회적 불안 요인 등이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속적으로 추구해온 경영효율 전략과 함께 여성복 대리점 영업에 관한 강한 역량을 바탕으로 상품 경쟁력과 유통을 강화하고 이커머스 판매를 확충하며 계열사 간의 시너지 창출 등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해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실적 부진을 돌파하기 위해 올해 패션그룹형지가 꺼낸 카드는 '글로벌'이다. 까스텔바작은 지난달 13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형지글로벌'로 사명을 바꿨다. 코로나19로 활성화됐던 골프 열기가 식으며 내수 시장이 한계에 달하자 중국과 대만 등 해외로 눈을 돌린 것이다. 올해는 러시아 관광객 등 골프 여행 수요가 늘고 있는 두바이에 진출하며 현지 유통사와 협력한다.
여기에 사업 목적에 '스포츠 매니지먼트업'을 추가하며 골프 선수 에이전시 업무 등 총괄하는 분야로 사업을 넓힌다. 의류를 넘어 선수 케어, 홍보, 일정 관리 등을 지원한다. 형지글로벌 관계자는 "글로벌 패션기업으로 본격적인 도약과 함께 그룹사의 주요 계열사로서 해외 진출을 견인하는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이번 사명 변경을 결정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형지에스콰이아 역시 해외를 새로운 먹거리로 낙점했다. 알리익스프레스, JOOM, 쇼피, 큐텐재팬, 이베이 등 주요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해외 소비자들과 접점을 넓히고 있으며 현재 아마존과 티몰에 정식 입점을 앞두고 있다. 이러한 행보는 단순한 해외 판매를 넘어 온라인 기반의 '역직구'를 만드는 시도로서 국내 제화 브랜드 중 처음이다.
학생복을 판매하는 엘리트사업과 스포츠 유니폼을 제작하는 스포츠사업으로 구성된 형지엘리트 역시 중국 사업을 필두로 아세안 시장에 진출한다. 형지엘리트는 오는 5월 중국 정부의 한한령 해제 가능성을 예상하고 영업조직 재정비에 나선 상태다. 형지엘리트 관계자는 "학생복을 중심으로 세계 시장 영역을 넓혀가면서 작업복과 스포츠 상품화의 성장 동력을 꾸준히 발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패션업계의 전반적인 침체가 계속되고 고정비 부담이 늘어나며 주력 브랜드의 매출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며 "국내 외 해외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생존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