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황지향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기 행정부를 맞아 정치권과 연계한 한·미 군사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는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국방위산업진흥협회에서 열린 '트럼프 시대: 한미동맹과 조선산업 K-방산의 비전' 비공개 간담회에 참석했다.
민주당 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회·민주연구원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한국방위산업진흥회가 주관한 간담회에는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 최성안 삼성중공업 부회장, 이상균 HD현대중공업 대표 등 방산·조선업 관계자들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 등이 참석했다.
이상균 HD현대중공업 대표는 모두 발언에서 "국내 조선업계가 오랜 불황을 끝내고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경쟁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 축소가 가장 큰 위기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해양 방위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미국 현지 여건이 기대만큼 속도감 있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일본과 유럽 등 동맹국들도 미 해군 함정 건조 시장을 노리고 있는 만큼 미 의회를 설득해 국내 조선업계가 한발 앞서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사장은 "친환경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는 "중국 조선업이 높은 가성비와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어 적극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과의 직접적인 경쟁을 피할 수 있는 방안으로 해외 방위 사업 분야 육성이 절실하며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조선 해양업의 전략적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들의 모두 발언 후 간담회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한미 방산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며 "조선업계는 연구개발(R&D) 지원 확대와 실증 센터 구축, 한미 조선·방산 협력 강화, 중소 조선사 지원 확대, 방산 수출 진흥 기금 마련 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미국 의회에서 추진 중인 관련 법안을 위한 협력과 한미 협력위원회 구성, 미국 내 조선업 수주 기회 확대 등의 방안도 논의됐다. 조 수석대변인은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도 한미 간 협력 모델을 구체화하고, 법안 통과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국회와 정당 차원의 역할을 강조하며 정책위원회와 상임위를 중심으로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며 "R&D 예산 지원 규모와 필요 아이템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줄 것을 요청, 향후 조선업의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미국 공화당 마이크 리·존 커티스 상원의원이 공동 발의한 '해군 준비 태세 보장법'과 '해안경비대 준비 태세 보장법'은 미국과 상호 방위조약을 맺은 인도·태평양 국가들이 미 해군 함정 및 해안경비대 선박을 건조하거나 부품을 제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이른바 존스법(John's Act)에 따라 미 해군 군함 건조는 미국 조선소에서만 가능하지만,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한국 조선업체들이 미 해군 함정 건조에 직접 참여할 기회가 열릴 전망이다. 한화오션은 미국 필리 조선소(Philly Shipyard)를 매입해 미국 내 선박 제조 역량을 확보한 상태로, 법안 통과 시 유리한 입지를 갖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국내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지만 조선 산업이 미국과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면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 의회에서 동맹국들이 미 해군 함정을 건조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며 "통과될 경우 대한민국의 성장과 발전에 언제나 중요한 한미동맹 중에서도 해군 동맹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경제 상황을 개선하는 것은 정치의 본령"이라며 "국제관계에서 정부·정치가 나서지 않으면 기업이 쉽게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 많은데 정부·정치가 기업의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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