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장들과 만나 최근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을 두고 '아쉽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 원장은 대형 금융사고가 이어진 가운데 내부통제 개선에 경영진이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지배구조 선진화에 힘써달라고도 당부했다.
이 원장은 1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20개 국내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은행권 현안과 발전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이날 시중은행장들은 차분한 분위기 속 은행연합회 입구로 들어왔다. 오전 9시 32분께 이은미 토스뱅크 대표가 모습을 보였고 정진완 우리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환주 국민은행장, 황병우 iM뱅크 은행장, 강태영 농협은행장 등이 차례대로 입장했다. 이날 은행장들은 미소를 띄며 취재진에게 인사를 하기도 했다. 따로 질문은 받지 않았다.
이 원장의 모두 발언 시간 전 기념촬영에선 이 원장과 정상혁 행장, 이환주 행장 등이 안부 인사를 하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올해 첫 회동인 만큼 부드러운 분위기로 시작했다.
이 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취임 이후 2년 반의 시간을 돌아보면 감독당국과 금융권이 금융시장 안정과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한 시간이었다"며 "감독당국과 금융권이 원팀으로 서로를 믿고 상호 협력하였기에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파수꾼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주주환원 확대 등 은행권의 밸류업 정책이 자본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은행의 재무건전성 확보가 전제돼야 하므로 손실흡수 능력 확보 등 자본적정성 관리와 자율적인 주주환원 사이의 균형추를 적절하게 맞춰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지배구조 모범관행 도입, 이사회 소통 정례화 등 제도적인 측면에서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최근 CEO 선임과정 논란과 이사회 견제기능 미흡사례 등을 볼 때 실제 운영 과정에서의 아쉬움이 남는다"며 "앞으로 은행들이 각 특성에 맞는 건전하고 선진적인 지배구조 정착에 더욱 노력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이 원장은 "올해도 가계부채가 명목 경제성장률 이내로 관리되고,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등 상환능력 심사 관행이 확립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협조해달라"며 "ELS 등 고위험 상품 관련 개선방안도 충실히 이행될 수 있도록 경영진들이 각별히 신경 써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까지도 고위 경영진이 연루되는 등 대형 금융사고의 재발을 목도하면서 내부통제의 질적 개선이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며 "조직문화를 과감히 쇄신하고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를 구현하는 한편, 빠른 기술 발전으로 점증하고 있는 IT리스크 관리에도 경영진이 앞장서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은행권의 적극적인 협조 덕분에 만기연장·상환유예 등으로 서민 부담을 경감하고 1조4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지속해왔다"며 "자금중개자로서 은행권의 역할을 고려해 앞으로도 지역 중소기업·소상공인 등에 대한 자금공급이 차질없이 이뤄지도록 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채무조정 등 다른 지원 방안에 대해서도 소홀함이 없도록 신경 써달라"고 덧붙였다.
은행장들은 경제적 불확실성 속에서 은행권의 역할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했다. 은행장들은 "최근의 금융사고로 인해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는데 더욱 노력하며 중기·소상공인 등 취약부문에 대해 지원 확대,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조직문화 쇄신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은행장들은 지방 자금공급을 위해 추가 한도를 부여하고 저신용자 지원 대출 상품은 가계대출 관리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내부통제 강화 관련 인센티브 등 감독 차원의 지원 확대도 건의했다.